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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피우며

김봉길 2011. 03. 02. 오후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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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을 피우며


 

용서하소서 원컨대 용서하소서

가슴에 남은 것 미련없이 거두어 가소서

이것은 배고파 생긴 일

이것은 숨막혀 생긴 일

이것은 걸어다니다가 잠자다가 웃다가

그러하오니 용서하시길 부디 용서하소서

살면서 생긴 죄 다 살라 가시고

남은 인생 맘 편히 살다 가게 하소서

이제 무엇을 더 만들어 드릴까요

여기 당신 마음밭

무엇을 뛰어 놀게 할까요

잃어버린 얼굴 모두 만들라구요

그들 사랑 그대로 빚어 놓으라구요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

여기도 있습니다 여기 이렇게

사연도 많은 두 손도 놓고 가겠습니다

발 머리 가슴 몽땅 펼쳐놓겠습니다

당신 갖고 싶은 것 고르시기를

죽는다는 건 단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할 일 없어 마지막에나 하는

심심풀이 놀음이라던 하시던 말씀

이제 모두 용서하신 말씀일라

당신 맘에 드시는 것 가지시기를

무엇이라 적어둘까요

크게 작게 몇 번이고 적어둘까요

그냥 그려두겠습니다

그냥 시간 흐르는 대로 적어두겠나이다

당신이 알고 있었던 것들

아프거나 간지럽거나 만지고 싶겠지만

그대로 두라시던 당신 마음

이제는 잊혀져간 사람 이름과 얼굴까지

웃으며 보고 가시겠노라던 당신을 위해

그림 그리듯 당신 말로 적어두겠나이다

이제 마음 훤히 내던지시고

편히 가시어 당신 그리워하게 하소서

부디 당신 뜻 하나 되시길

그리운 마음 오래오래 남기시어

남은 세상 하나 되어 함께 살게 하소서

용서하소서 부디 용서하소서


댓글 4개

박종영 2011. 03. 02. 오후 04:25

곱고 유정한 시심에 머물다 갑니다. 우수절기 이후., 그리고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즈음에 꽃샘바람과 2월 영등바람이 기승을 부립니다. 감사합니다.

김봉길 2011. 03. 03. 오전 08:29

'향을 피우며'는 연극인 유진규의 마임극 '빈 손'을 보고 쓴 감상문 중 일부로 원제는 '향'입니다. 마임극이 발표된지 벌써 10년이 넘는군요. 오래 기억되는 마임극이었습니다.

안개꽃* 2011. 03. 03. 오전 11:16

님의 글에 내 뒤안길을 뒤돌아봅니다 두손 가지런히 합장하고.... 마음이 정갈해지기를....

정상근 2011. 03. 04. 오전 09:22

생각을 멈추어 서게 만드는 일 그리하여 순전한 자신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게 하는 일 물질 세상에서 물질로 살아가는 일을 멈추는 일..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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