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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르네마그리트에게

유민자 2011. 08. 08. 오후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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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르네마그리트에게

                                                                                      유 민 자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너를 찾아갔지.  
  너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찾고 있더라. 덕수궁 돌담을 지난 자리에 앉아있는 시립 미술관안. 너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은 술렁술렁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갔지. 난
너에게 끌렸지. 넌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 난 밤하늘의 벼락을 떠올렸어.

                                  
                                     이제 출발이야.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따라가는 중이야. 중산모를 쓴 남자,「신뢰」앞을 지나면서 무한한 신비로움에 손을 뻗어 파이프 끝으로 너와의 접선을 시도했어. 파이프에 번개 불빛을 피워 난 친구라는 끈을 질끈 동여 메었지. 은밀한 둘만의 대화를 하고 싶지만 여기저기 방울소리가 울렸지. 초현실주의 거장인 너에게는 이미 세상속의 사람들이 운집했지.


   은밀한 사랑. 나의 외사랑. 짝 사랑의 시작종이 울리더군.  
  
마구(馬具)에 달린 종도 우렁차게 울리더군. 뎅그랑!  
  그저 나 홀로 하는, 예술사랑 종소리야. 「회귀」 새 안에 뭉게구름을 넣어 푸른 하늘을 빛나게도 하고, 「심금」이라 부르는 포도주 잔에 구름 케익을 얹은 카프치노 커피 한 잔을 마시게도 하고, 「기억」속의 석고상에 붉은 피를 흘리며 두 눈을 감고 있었어. 그 석고상은 초현실주의자답기도 했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보라고 강요하는 듯도 했어. 난 트집을 잡고 싶은데 넌 나에게 가만가만 생각하라고 인식의 피를 흘리게 하며 재촉했지.

  착각이 내안을 스며들었어. 「진실의 추구」는 커텐 뒤에 숨은 물고기 동상을 세웠지. 넌 나에게 ‘마음과 마음은 이어붙이고 진실과 허구사이를 저 멀리 떨어뜨리라’속삭이며 마구에 달린 종을 곁에 두라고 명했어. ‘진실의 종이던가?’ 진실과 거짓의 차이, 현실과 꿈 사이, 난 잘 모르지.

  나는 이제 달빛이 햇살 뒤에 숨어 가로등을 밝힌, 「빛의 제국」으로 들어가려해. 굳게 닫힌 문을 똑똑 여러 번을 두드려 들어갔어. 뭉게구름은 밤을 부르고 불빛은 푸른 하늘을 불러 세워 한자리에 모여 있더군. 나도 그 자리에 정겹게 앉아보았어.

  내가 뛰어든 자리는 아마 문학 자리였지. 아니 시(詩)였어. 
 
 낮과 밤이 서로를 유혹하는 소리들이 들었어. 난 서로를 품는 풍경 속으로 숨어들었지.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물린 낮과 밤이 공존하는 하루. 난 문학적인 공감이 들어섰어. 낮과 밤의 동시성. 우리는 문학 속에서 낮에 별빛을 밤에 한낮의 사막의 햇빛을 이야기하기도 하지. 난 서로 같은 방향으로 생명 빛을 좇아가는 동행 길을 무작정 따르려해.

  영국 신사와 거지신사를 닮은 「중산모를 쓴 남자」가 나를 또 부르더군.  난 모자와 양복 빳빳한 와이셔츠에 감추어진 찰나의 시간을 보았어.   허공에 뜬 비들기가 신사 앞을 획 스치는 환영. 내 친구 르네 마그리트! 고요 속에 역사(歷史)안으로 숨지 말고 너의 숨소리 들려줄래? 강렬함 속에 골목길을 지나 앉아있는 작품들. 나는 너 속에 숨은 기억 저편의 그림 찾기를 한 듯해.

  오늘. 맑은 창(倉)을 닦았어. 길을 따라 돌아선 막다른 길은 첫 길의 끌림 자리. 두 갈래 길을 하나로 막고 싶을 때. 끝없이 갈라지는 길을 보았어. 갈라지는 길, 그 지점에 오래 머무르려해. 하나도 다급하지 않아. 난 가속을 원지 않아.

 발끝에 묻은 정겨운 흙따라 생맛따라 가려해.



 
  - 르네마그리트 작/ 「회귀」/르네마그리트전 표지영상

    글과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14개

김문숙 2011. 08. 08. 오후 11:39

르네 마그릿뜨 전에 가셔서 반갑게 만나셨군요 두 분 모두에게 점심 한 끼 사드릴 걸 아마도 차 한 잔도 하지 못하셨을 거에요 \" 너 속에 숨은 기억 저펀의 그 그림을 찾으시는\" 그 바쁜 작업 때문에 축하 합니다 몸 가득 구름을 실은 저 새를 타고 어디 쯤의 기억 저편ㅡ 숨은 그림 몇점 눈에 넣고 오시었을 터이니 더욱 행복 하십시요

박성실 2011. 08. 09. 오전 10:48

며칠전 앤서니브라운 원화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앤서니브라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르네 마그리뜨가 눈에 속속들이 들어왔어요. 동화와 초현실주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그림과 가슴을 움직이는 스토리까지 이래서 머언 땅, 한국까지 와서 원화를 전시하는 것이겠지요. 왜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데요? 두 갈래길 앞에 선 중절모 쓴 남자 파이프를 들어올리며, '이건 파이프가 아니야' 하며 알수 없는 시간의 흐름안에서 미소를 화답하고 있는^^

별안개 2011. 08. 09. 오전 11:18

\"앤서니 브라운의 시계여행\"을 검색하며, 박성실님의 화답덕분에 행복했어요. \"윌리와 휴\"하는 듯한 그 자리. 상상력과 오감을 던져주는 귀재 곁자리를 서성였지요. 정말 그 느낌이 \"르네마그리트\"와 비슷해요. 하늘가를 떠다니는 성가대 어린이들 , 고릴라인 윌리와 입맞춤하는 사랑스런 소녀...진정, 무한한 예술사랑인걸요. 내일의 삶을 동화처럼 살아 내기를 소망해요.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 꿈꾸는 오늘!

별안개 2011. 08. 09. 오전 11:30

세상을 향해 대화를 청하며 무언가를 강렬히 속삭이는 듯 한, 르내마그리트의 초현실 세상을 그린 예술세계. 감히 졸필의 제가 이렇게 이런 글을 써도 괜찮을런지 많이도 겸연쩍어요. 그래도 주의깊게 바라본 그 날의 느낌따라 동심을 가슴에 얹고 써내려간 글이예요. 늘 축복을 주시는 김문숙시인님, 은혜로운 분....^&^

박성실 2011. 08. 09. 오후 01:48

하하 네^^ 앤서니브라운의 그림을 보시면 분명 반하실거예요. 르네 그림의 파이프가 바나나로, 중절모의 사내는 중절모의 고릴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많이 목격하실 수 있어요. 그림 안에 온통 떠다니는 노란 바나나라던가, 그림 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라던가 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는 꿈꾸는 윌리의 소파라던가... 동화책의 스토리도 좋지만 그림의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솔솔한 작가예요. 저는 동화가 좋아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더 그렇지만, 동화가 던져주는 반듯하고 진솔한 그 무엇,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충전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죠. 라.온.하.제. 꿈결을 걷는 듯, 아름다운 산문을 써 주시는 수필가님의 글 앞에 이상하게 말이 많아지네요^^*

주몽의 활 2011. 08. 09. 오후 01:51

삶을 동화처럼 살아 내기를 소망해요 저도 가끔은 동화같은 삶을 살아 내기를 상상하지만, 집착만은 하지 않아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안개꽃* 2011. 08. 09. 오후 04:34

진짜 친구같은 친구를 찾아 여행을 시작하셨군요 그를 연모하고 짝사랑 하는 님의 순수한 모습이 연상됩니다

별안개 2011. 08. 09. 오후 04:43

후훗! 네^^ 가슴에 사랑을 껴안은, 슈퍼맨 아줌마를 보며 진하게 웃었어요. 그 섬. \"꿈꾸는 윌리\"를 보면서는 고래등에 그 높다란 선상위로 오르고 싶었지요. 카나다 뱅쿠버에 다녀왔어요. 마치 그 섬을 닮은 Sunset Dinner Cruise를 했어요. 크루즈 몇시간을 '환상속에서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일몰을 바라 보았는걸요. 행여, 그 '꿈꿀 수 있는 환상'이 동화세계가 아닐런지요!? 세상을 바라보는 거침없는 시선, 그 진솔함에 반해요. 우리가 되어가는 박성실님.....

박종영 2011. 08. 09. 오후 04:56

표지영상에서 평화의 상징 파란 비둘기가 자유를 위해 비상하고 그 아래 하얀 몇개의 알은 정의를 위하여 숨겨두는 예비입니다. \"르네 마그릿뜨\"전의 소종한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별안개 2011. 08. 09. 오후 04:59

고마운 말씀. 삶의 대화를 건내주신 주몽의 활님! 햇살 구름 바람. 흐림과 맑음을 더불어 사랑하는 하늘가에, 집착을 내던져요. 하지만, 말처럼 쉽지않음을 느껴가는 세상사...그래도 거짓없는 동화를 사랑해요.

별안개 2011. 08. 09. 오후 05:05

'기쁨의 순간'이라는 안개꽃님의 꽃말을 참 사랑해요. 아, 맞아요. \"진짜친구\", 그 \"소중한 친구를 찾아 여행\" 한 듯해요. 오래도록, 기억 저편에서 그 분의 예술세계가 송글거려요. *^^*

별안개 2011. 08. 09. 오후 05:21

'아'라는 감탄사보다는 '헉' 하고 외치고 싶었던, 그 날. 르네마그리트전. 신의 초월성을 인간의 실존으로 풀어나간 듯한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오가는 듯한 동화를 닮아낸 예술세상..... 함께하는 시선의 박종영시인님, 참 고맙습니다.

김현배 2011. 08. 10. 오후 07:23

인식의 피를 흘리게 한 르네 마그리트. 인식하기 위해 피를 흘려야 했던 숱한 나날들이 생각납니다. 인식의 열매는 달지만, 그것은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겠지요. 태어난 이후로 우리들은 언제나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 작품은 그 인식의 길을 밝혀주리라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별안개 2011. 08. 12. 오후 03:27

세상살이는 진실로 공짜는 없는 듯해요. 하지만 살아내면서, \"인식의 피\"를 진하게 흘렸다면, 삶은 덤을 슬며시 던져 주던걸요. 맞아요. 예술은 우리네 감성으로 참한 인식을 남겨 주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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