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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10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한민 2011. 08. 30.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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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에게 뽈락은 친동생이나 다름없다.

종철이 사우나의 한증탕에서 타올을 머리에 걸치고 10여년 전 뽈락이 자신을 찾았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종철은 꽃뱀 사냥꾼으로 절정에 올라 있을 때였는데 수소문 끝에 뽈락이 그를 찾아와서 대뜸 한다는 소리가

\"형씨, 그년 소재도 모르고 연락할 방법도 없어요. 글고, 그년이 꽃뱀이지만 나의 이상형이요. 그리고 그년도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일단 찾아만 주시오, 유일한 단서는 마지막 나를 족치던 사내가 털보에 왼쪽 눈 밑에 상처가 있어요. 사례는 소재를 파악했을 때 200만원 나 앞에 데리고 오면 500만원이요.\"

종철은 황당했다. 꽃뱀을 사랑한 사내, 그걸 순정이라고 봐야 할지, 무지라고 보기엔 언어구사가 꽤 논리적이라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사내는 명함을 한 장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기간은 한달 주겠소.\"

종철이 명함을 돌려주며 말했다.

\"흥신소나 동사무소가서 알아보시오, 난 사람의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오. 타켓을 정확히 알고 손해 본 금액을 뱉아내게 하는 게 내 일이오. 사람찾는 사람을 먼저 알아보고 소재와 신원을 파악한 뒤 내게 오시오.\"

휑하니 나가는 종철의 팔을 붙잡은 뽈락은 애원하듯 말했다.

\"도치형이 이쪽에서는 당신이 최고라 해서 찾아왔소. 그년만 찾으면 되고 손해 본 금액을 되돌려 받는 일 따위는 필요없소. 다이아 반지 사줬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뽈락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던 종철의 마음이 흔들렸다.

'진심이다.'

종철은 사내의 명함을 낚아채서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말했다.

\"그 놈은 남포동 털보이고 그 년은 성은실이요. 남포동 털보는 목공파 행동대장이고 성은실은 아버지가 암투병 중이오. 나는 당신이 경찰 쪽일 수도 있어서 커버하려한 거요. 당신 눈이 진실을 말하고 있어서 알려주니 다음은 알아서 하시오.\"

뽈락은 지갑에서 백만원짜리 수표를 두장을 꺼내서 종철에게 주며 말했다

\"부탁이오, 만나게만 해주시오. 오백만원은 그 자리에서 드리리이다.\"

\"지금 당장 데리고 올 수는 있는데 일단 그쪽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자리를 만드는 건 어떻소. 힌트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있소.\"

\"그녀 부친은 제가 책임지겠소. 제발 데려다만 주시오.\"

종철은 뽈락이 말귀가 빠르다고 생각하면서 남포동 털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포동 털보는 이적료로 천만원을 요구했고 뽈락은 이에 응했다. 종철은 뽈락이 건네는 오백만원을 사양했다.

성은실은 뽈락의 구애를 받아들였고 그의 아버지는 노인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뽈락은 종철이 손을 씻기 전까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종철은 뽈락의 진심이 좋았고 뽈락은 종철의 막힘없는 언행과 당당함이 좋았다.


어느덧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종철은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헤어크림으로 머리를 정돈 후 큰 빗으로 머리결을 다듬는다.

'얼마 만에 해보는 머리 손질이냐.'

종철은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고 사우나를 나선다.

종철은 미화와 약속한 커피 숖으로 향하고 어스름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남포동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진다.


커피전문점 '커피사랑 추억만들기' 안에 종철과 미화가 마주 앉았다.

미화는 작업을 할 때와는 달리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낀다.

그도 그럴것이 종철이란 사내가 '꽤'에서 '완전'으로 탈바꿈을 한 것도 한 이유지만 퉁명스런 말투가 중저음의 다정다감한 말로 바뀌니 그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종철의 전화기가 진동한다.

'송금 완료, 이백만원, 삼억칠천.'

종철이 입을 열었다.

\"미화씨 계좌로 입금되있을 거예요. 확인해 보세요.\"

미화는 금상에 첨화로운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생각하며 폰뱅킹 잔고 조회를 한다.  안쓰던 통장이라 잔고가 없는 통장에 대고 잔고 조회를 하는 게 우습기도 했지만 합의금이 범퍼 수리비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조회를 하던 미화는 화들짝 놀란다.

\"삼억칠천 이백!?\"

\"이백인데, 삼억칠천은 뭐지?\"

\"합의금이 이백도 많죠.\"

\"오늘 맛있는 것 사달라고 걔네들 닥달 좀 했죠.\"

\"삼억칠천은 뭐예요?\"

\"계좌번호를 두 개 보냈는데 미화씨 계좌로 다 갔나봐요. 요새 보험회사 참 정신없네.\"

\"어떡하죠.\"

\"기다려 보세요.\"

종철은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한참 지나서 입을 연다.

\"뭐라고? 응 그래, 알았어. 글쎄, 그 아가씨가 부탁을 들어줘야 할텐데. 너거들은 일을 어떻게 그 모냥으로 하냐, 작은 돈도 아니고 자식들아!\"

전화기를 끊고 종철이 미화를 바라보며 약간 어눌한 말투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화씨, 그 돈이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면 재네들이 엄청 깨진데, 그냥 이 계좌로 . 이체 시켜줘.\"

종철은 전화기에서 받은 문자함을 선택한 다음 계좌번호와 함께 사연이 깃든 문자함을 보여주었다.

'형사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사망 보험금 담당자에게 이 계좌번호를 전달해 주십시요. 일간 찾아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미화는 폰뱅킹 이체한도가 있어서 통장으로 자동인출기가 있는 곳을 알아야 된다고 했다.

종철은 미리 자동인출기가 비치되어있는 커피 전문점을 선택한 것이다.

\"아래 층에 있어요.\"

미화는 웃으면서 다녀오겠다며 일어선다.

미화의 가방은 다소곳이 그녀의 의자 위에 올려져 있다.

종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가방을 볼모 삼아 자리를 지킨다.


한참을 기다리던 종철은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올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종철이 그녀의 가방을 드는 순간 너무 가벼워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가방을 열었다.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종철은 털썩 주저앉았다.

종철의 귀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댓글 2개

별안개 2011. 08. 30. 오후 10:08

\"삼억칠천.\"이라는 돈의 위력이, 종철과 미화사이를 흘러 내렸어요. 첫 시작. 어쩐지 종철에게서 뽈락과의 관계를 읽어내려가다가 갑자기 또 다른 설정속으로 빠져들었지요. ' 왜일까? 비약이 심한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종철의 가방건으로 내 마음집으로 세상사의 허허로움이 날아 들었습니다. ^^

김문숙 2011. 08. 30. 오후 10:28

ㅎㅎㅎ 추리 혹은 탐정 쪽으로 가시려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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