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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11 빌미

한민 2011. 09. 06. 오후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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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은 차분히 처음부터 다시 되짚었다.

'울산에서 그녀는 어떤 정보도 가지지 않은 상태. 김낙성이 명함 준 것이 전부이고, 주민번호를 보낼 때 찍어 준 전화번호 외에 아는 것은 없다. 그리고 차명 계좌 통장과 이름, 알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김낙성이 준 명함에는 전화번호가 있다!'


종철은 김낙성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눌렀다.

초조한 울림이 계속되었다.

\"네! 강사장님, 일은 잘 되셨습니까?\"

\"네, 진행 중입니다. 별일 없으시죠, 혹시 저희들 중 연락받으신게 있나해서요.\"

\"아뇨, 저도 연락을 기다리는 중인데, 무슨 문제라도......\"

\"아닙니다. 이번에 도움이 많이 되었구요.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사실 낙성은 얼마 전 대한 자동차를 그만두고 계열사의 영업팀장을 하는 자로 종철과의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이다.

종철은 그가 여전히 대한 자동차에서 입지가 있음을 알고 그를 이번 작전에 끌어들였다. 출고 직원은 낙성이 생산관리과장으로 있을 때 같이 업무를 보던 카운터 파트너로 정작 그는 그가 한 일이 어떤 작전의 일부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냥 불쑥 찾아 온 김낙성 과장이 얼굴 한 번 세워달라는 부탁에 마지못해 미화의 현장 안내를 했던 것이다.


종철은 입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섭렵한 종철은 차근차근 상황을 재차 되짚으며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소장이 약간 오버했던 게 맘에 걸린다. 살짝 놀린 것에 그리 발끈한 것은 아무리 맹한 놈이지만 도가 지나쳐.'

소장은 종철이 미화의 자료를 입수하던 중에 신차 구매를 신청한 것을 확인하고 그녀의 출고일에 맞춰 탁송업무를 갈 수 있도록 부탁한 처지여서 자신의 정보가 가장 많이 노출된 자이다.

종철은 소장의 아내인 명희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눌렀다.

서너 번 신호가 울리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 종철 오라버이, 이 시간에 우짠일로? 계속 그리 비싸게 굴낀교. 함 보자카이.\"

명희는 여전히 추파다.

종철의 사전에 섹스는 있어도 연애는 없다.

종철은 사랑을 믿지않는다. 특히 여자는 더 믿지 않는다.그의 아내는 결혼식 올리고 한 달만에 다른 사내와 놀아나다 종철에게 현장을 들켰다. 종철은 현장에서 사내의 면상을 작살냈다. 사내는 종철을 고소하고 종철은 사내를 맞고소하고 결국 이혼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로 종철은 남아있던 순수를 패댕이친 아내에 대한 증오로 여인들을 보면 하체를 탐하고 가차없이 무시했다.

명희는 종철의 시크한 언변과 준수한 마스크에 이미 오래 전에 마음을 뺏긴 상태였는데 종철은 그런 명희를 속물 취급했다.

육개월 전, 소장이 그의 아내 명희가 운영하는 장어집에서 데리고 가서 간판의 불을 내리고 소장과 단 둘이 남았을 때 명희가 합석했다. 명희는 노골적으로 종철에게 관심을 보였고 소장은 약이 올랐다. 소장은 종철에게 경쟁적으로 폭탄주를 건배하고 새벽 두 시가 지날 무렵 큰 대자로 뻗어버렸다.

기실 소장은 명희의 화냥끼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장은 겉보기와는 달리 열악한 남근과 조루증세로 명희의 비아냥거림에 지나지않았다. 그로인해 남성성이 두드러진 사내들이 영문도 모르고 소장의 시비거리가 되어왔는데 그날은 종철이 그 차례였다. 하지만 워낙 종철이 처신이 노련한지라 소장은 원대로 티격태격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까지 데리고 온것이다. 그것은 소장의 만용에 가까운 자신감이 아니라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는데 종철에겐 없는 여자가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치기어린 호승심에 가까웠다.

소장이 코를 드르렁거리며 가슴높이의 칸막이 건너편 방으로 쓰러지것을 확인한 명희는 종철의 바치춤으로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소장의 술버릇이 취하면 귀신이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이 잠이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종철은 그 역시 취중이라 주변의 상황을 정확히 가늠하지는 못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기도 했지만 본능은 그의 숨소리를 작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이성은 화냥년 짓거리에 대한 증오로 이내 응징하리라 마음먹게 만들었다.

치밀하고 섬세한 그녀의 혓놀림으로 종철은 극렬한 오르가즘을 느꼈다.

오르가즘이 극렬해질수록 그녀에 대한 경멸이 아내의 데자뷰로 격하게 치밀어 올랐다. 종철은 명희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펜티를 내렸다. 이미 그녀는 욕망의 바다에 철퍽 떨어져 있었다. 종철은 그녀의 뒤쪽에서 소장을 가리고 있는 칸막이와 그녀의 둔부에 번갈아 두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향한 광기어린 펌핑으로 땀에 흥건히 젖었다. 그녀는 가장 큰소리와 맞먹는 무언의 신음으로 들썩거렸고 종철은 모처럼의 독을 품은 정사에 한여름의 장마비에서 느끼는 통쾌함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이내 한여름의 끈적거림이 종철을 이내 짜증 나게하였고 결국 종철은 통쾌함과 짜증이 공존하는 정사를 불쾌하게 간직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칸막이 건너편의 덩치 큰 사내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원치않는 결과 또한 당연히 상상조차 않았다. 이후 명희는 종철에게 한 주 걸러 안부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종철이 전화를 해 왔으니 명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아져있다.

\"소장 다녀갔냐?\"

\"왜? 오시려고? 안왔어. 잘 지냈어?\"

그녀의 비음에 깔려있는 유혹은 종철로 하여금 그날의 짜증을 돌이키게 한다.  

하지만 종철은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잘 안다.

\"지난 번엔 내가 좀 심했지?\"

\"심하긴 했지. 오늘 일찍 마칠 거야. 대목이 다가오니까 손님이 일찍 끊기네.\"

\"소장에겐 내가 찾았다는 말을 안해야 놀러갈 수 있어.\"

\"내가 어린애야? 그럼 오늘 보는 거야? 여기는 내가 불편하고 지금 어디야?\"

\"손님이랑 있는데 접대 중이야. 일단 장담할 순 없는데 연락할게.\"

\"알았어, 오빠.\"


의미심장하 표정을 띤 종철은 소장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눌렀다.

소장의 전화번호는 오랫동안 울린다. 하지만 메아리가 없다.


종철은 명희에게 문자를 남긴다.

'남포동 천둥소리 모텔 9시 방 잡고 문자 남겨.'

일분도 채 지나지 않아 종철의 전화기에 이모티콘이 반짝거렸다. 보낸 이는 명희이다.

종철은 전화기를 무시한 채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소장은 미화를 태우고 해운대로 향하는 중이다. 해운대에는 미화의 유일한 친구가 있었고 그녀는 거기에서 며칠 쉬면서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는 아쉽지만 뷰젤은 당분간 사설 주차장에 그냥 두기로 했다.

\"미화!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렇긴한데 어차피 이거 내가 갚아야 하는 돈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직 미화는 어린거야. 그리고 그만한 돈은 직접 방문해야 인출이 가능해, 어떻게 종철이란 놈 그런 기초 상식을 모르고 일을 벌였다냐? 일단 돈을 찾고 차명으로 그럴듯한 물건을 사 둬. 그리고 강종철을 고소해. 그러면 나머지가 다 딸려들어가게 되어있어. 그래놓고 미화는 통장을 잃어버린 거야. 타이밍이 중요하지. 고소한 시점에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적으로 인출할 수 있어야 해.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아가씨가 있어. 조금만 화장하면 미화씨랑 비슷할 거야. 미화씨의 알리바이는 고소하는 순간 성립되기 때문에 완벽하지. 이해돼?

\"종철이라는 사람이랑 오래 아시는 것 같은데 저에게 이렇게 환대하시는 이유가 뭐죠? 덕분에 사기를 면할 수 있어서 고맙긴 하지만.\"

\"말하기 곤란해, 하지만 저 두 년놈이 내가 잠든 사이에 한 짓을 생각하면......\"

\"무슨 짓을 했는데요.\"

\"알려고 하지마, 이번에 확실하게 놈을 밟아버릴 거니까.\"

미화는 갑자기 커진 판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왜냐하면 종철에 비해 이 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녀는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소장이 그녀에게 전화걸려 온 때는 오후 세시가량이었다.

금일 출고 차량의 리콜이라는 말에 자신의 위치를 밝힌 미화는 소장의 집요한 질문에 결국 오늘 있었던 일을 대충 털어놓았고 소장은 종철의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한 후 그가 탁송업체 직원이며 총은 라이터이고 수갑은 국제시장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고 전직이 최고의 사냥꾼이고 미화는 어떤 작전에 빨려들었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미화는 소름끼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녀의 팀이 작전을 수행할 때 보여주는 자연스럼움과 치밀함이 너무 닮아서 소장의 말을 인정했고 마지막으로 직접 종철을 직접 만나서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빈백을 들고 종철의 제안에 응했다.

그녀가 종철과의 만남에서 줄곧 생각한 것은 단 한가지였다.

'소장이라는 작자의 언질이 아니었으면 이런 남자에게 넘어가지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미화는 소장과 함께 희경의 카페로 들어갔다.

미화의 머리는 다시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도마뱀 꼬리를 잘라야 한다.'

소장은 저가 도마뱀 꼬리인지 닭대가리인지도 모르고 희경의 재담에 푹 빠져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종철은 천둥소리 모텔 건너편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정확히 아홉시가 되자 종철의 전화기에 문자가 찍혔다.

'609호'

도시의 밤은 야경을 먹고 점점 깊은 어둠으로 향했고 가로등불은 덩달아 노랗게 물들어갔다.


댓글 2개

별안개 2011. 09. 10. 오후 05:16

글의 전개가 '어둠을 먹는 그림자'가 드러워지는 듯, 도시의 야경속으로 스멀스멀 들어가네요. \"종철의 시크한 언변과 준수한 마스크\"의 유혹속으로 명희가 빨려들어가 우리가 되어가지만, 사랑과 욕망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이 도시의 야경따라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일런지요......

한민 2011. 09. 26. 오전 08:19

답글이 있어서 수정이 되지않는군요. 아쉽네요. 탈고 중 오탈자 수정은 어찌해야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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