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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한강에 공초를 버리다

김봉길 2011. 09. 16.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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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한강에 공초를 버리다



비 오는 한강에
쓰잘데 없이
담배 공초를 버렸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물가
반드시 가야할 곳이라며
가까이 가리켜
이내 공초를 획 버렸다
산다는 건 버리는 일
내가 만든
무엇이든 버리는 일
그것이 내 일이라며
웃지도 울지도 않고
멀리 버린 공초
한 때 즐거움이 섞이다가
떠도는 슬픔이라든가
빨리 오라 흐르는 물소리든가
그래서 생긴 기쁨이라든가
꼭 한 번은 내 질러야하는
시커먼
내 시커먼 것인 양 버렸다
휘휘 뒤쫓아 가야 하리라
가슴 꽉꽉 미워하리라
하하
물결 코 앞 얼굴을 향해
푹 고꾸라져야 할 물결 향해
획 공초를 버렸다
빗물 따라 잘 가라든지
또 어서 오라든지
윙윙거리는 다가섬
미안타
미안타 손짓 하노니
쓸잘데 없이 버리는 공초
나의 공초를 위해
세상은 한 바퀴 또 돌고
나도
그 뒤쫓아 한 바퀴 더 돌고
돌다가 돌다가
어지럽지도 않은 채
흘러들어가 보는
문득 나는
휭 하니
공초 뒤꽁무니에서
울지도 않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시작 메모                                                                        

깊은 여름.
한강 마포강변 비오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끄러미 앉았었다.
시계, 돈, 전철, 사람, 몸, 나, 손가락 등등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했었다.
슬픔, 공초, 눈물, 지구, 한강, 비 등등 이 모두
또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웃는 것도 자연의 하나라고 우겨보는 날이었다.
그래도 웃어야 한다면, 그래 지금도 웃어야 한다.

댓글 2개

김현배 2011. 09. 17. 오후 11:21

한강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조금 틀어진 시선에 세상사의 모든 고독이 있습니다. 고독의 한 가운데에서 울지도 않고 웃는 자아. 분명, 무언가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별안개 2011. 09. 19. 오후 05:45

웃음속에서 고독이 튀어올라 말을 거는 듯 해요. 왠지 사람 그리고 자연. 그 조화와 부조화가 하나되어 흐르는 세상속으로 \"내 시커먼\" 것을 버리는, 최고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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