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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家 2011

김봉길 2011. 11. 14. 오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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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家 2011

 

다음 역이 문래역입니다
내려야 하지요
그런데 내리기 싫습니다
내가 밖을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이유라고요?
나보다 슬픈 사람
그들을 보기 싫어서죠
뭐 쓸데 없는 소리죠

허,
뭐 저보다 슬픈 사람이야
더 있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건만
휘청거리는 노인석 할머니도 절룩 다리를 뽐내며
사람들 틈을 끼어 내리려 하는데
뭐 제가 제일 슬픈 척하다니
그저 따라 내리려 하다니
허, 우습지도 않죠

지금도 밖을 돌어다니기 싫은 것은
그래요
밖이 싫은 거겠죠
내 안이 좋은 거겠죠
내 안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밖보다 내 안이 좋다고 어떻게 다르게 말하죠?
비겁하다고요
슬픈 것에도 못들어 간다고요

어물쩍 오르내리
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슬픈 적이 있나요?
하루에 몇 번씩요?
후후, 가장 슬픈 듯한 질문이죠
물론 알고 있죠
하, 그 대답은 저 밖의 나 밖에 할 수 없는데
아, 나는 누구에게 묻고 싶은 것인지요

하필 사람이 드나드는 계단 길목이네요
눈을 감아 봅니다
저 위로 가면 밖인가요
내가 있는 내 밖인가요
내 슬픔 밖인가요

뭐라구요?
산다는 건 내 것을 만들고 부수는 거라구요?
아하,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하하, 아직 커서 미안합니다
다음엔 눈에 더 안 띄게 만들도록 해야겠어요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주 작게

댓글 2개

김현배 2011. 11. 16. 오후 09:13

저 바깥의 내가 이 안의 나에게 말합니다. 넌 할 수 있다고, 넌 해쳐 나갈 수 있다고, 넌 이루어 낼 거라고, 그렇게 저 바깥의 나는 소리치고 있었죠. 그런데 문득 이 안의 난, 듣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 슬픔의 늪이 빠지려는 순간. 그 순간에, 저 먼곳의 내가 힘들여 일구어온 작품을 보여주며 그것이 나의 작품이라고, 나의 혼이라고 말하기에 다시 기쁜 마음으로 나의 길을 자부하게 되었네.

별안개 2011. 11. 18. 오전 03:57

내것은 아주 작게 네것은 조금 크게 나눔하고 나보다 너에게 가을빛으로 곱게 그려주고 또 또 환히 웃어주면서 이왕이면 이렇게 살다보면 \"어물쩍\" 한세월 훌쩍 지나가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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