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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날은 가라

김문숙 2012. 04. 07. 오후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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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날은 가라.  


   한은총 김문숙


심술 바람 눅어져 온  몸 뒤틀어 봄이 일어서는 데

우리 아파트 정문 앞

날마다 나 앉아 지팡이와 조으시던  

허리  하야니 꺽이신 할머니 한 분

나 등 돌려 길 건너 설 때  마다

날 좇아 오시는  외할머니 기침 같더니  

오늘사  저 빈 자리는  이  어찜 일까  


피난살이 농촌에 집집이 멀어 있어

학교 운동장에서 헤어지면

반짝이며 재재거리던  눈동자들 멀어지고

개나리 한창  피어나는 빈 집 울타리에서

노랑 햇병아리 쫒아 내며  땅금 그어 땀 흘릴 때

아가야  뭘 그리냐 내 오는 것도 못 보도록  

따순 떡 품에 꺼내 웃으시던 

외할머니


쯧 쯧 또 사람만  믿었느냐  

번쩍이던 자가용 어디 던졌 버렸니  

애들은  때 굶기지 말아

배고픈 설움이 젤로 크단다.

내 드렸던 용돈까지  외삼촌 손에 다 털어 내시고

쪽대문 닫으시며 먼 하늘 쳐다 보시다기


멀어가는 외삼촌 등이 하 커서 

삼촌  또 언제 와요 할머니 여쭈면  

착해 빠져 그렇구나  오면 또 오는 게다.

아픔만도  살고 고독만도 살만 하다시던  

내 할머니 외롬의 아픔은 

또 어려서 외로운 내 눈에는  

벅차게 담기는  하늘 키도 넘었어 . 


아하 내일은 부활절이 아니냐

삶의 환희에 새 불 켜는 날이어니

왼 아픔,  왼 고독 다 물러 가래도  

외로운  서럼만은 더 멀리 물렀거라

댓글 6개

정상근 2012. 04. 08. 오전 09:17

한은총님께서도 나이를 먹어가시는 것일까?? 저..밑에 글에서도 할머니 이야기..이번에도 할머니 이야기..^^ 몇 년 전 구미에 있을 적에.. 아침마다 출근 길에 국화빵을 구워 파시던 할머니.. 매일 찾아가 1000원어치 빵을 사면 건네주시던 그..거친 손...깊게패인 주름으로 만들어내는 미소... 지금도...슬픈 생각을 하면 눈물이 자꾸 샘솟아서...^^ 나도 배우를 했으면 눈물 연기는 참 잘했을 텐데..쩝...^^

박종영 2012. 04. 08. 오후 12:08

할머니의 그리는 추억은 예나 지금이나 현대를 살아간 우리에게 정겨운 그리움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2. 04. 08. 오후 03:48

*문숙님.. 서러운 날은 가라, 가거든 다시는 오지마라. 서러운 마음 날려보낼 기백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가 있으신 그 년세에도 시를 향한 열정에는 쉼이 없으시니 부럽기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문숙 2012. 04. 08. 오후 09:15

예 그러셨군요. 제 시보다 더더욱 감동 있는 글입니다. 그 할머니를 저도 뵙는 것만 같습니다. 쌓인 복이 많으시니 좋으시겠읍니다. 축하 드려요. ---국화빵 --아 --지금 부활절 만찬 초대로 잘 먹고 왔는 뎀 이런 --낼 장동역에 내려서 ---더 맛 있을 것 같아요. 연기 중에 연기가 눈물 연기라 하더이다. 배우 일부러 안 되신라면 기회는 언제든 열러 있는 걸요 . ㅎ 어떠 하시던 앞으로는 더더욱 행복 해 지실 거라고 저는 확실히 믿는 걸요.

김문숙 2012. 04. 08. 오후 09:17

맞습니다. 우리 민족의 민속 이야기에서 마고 할미는 생사와 출산을 주관하지요. 아주 선하고 지혜로운 할머니로서 고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보게 합니다. 박종영 시인님의 시처럼 깔끔 했으면 하는 데 쉽지 않네요. 암튼 올해 더더욱 행복 하시기를

김문숙 2012. 04. 08. 오후 09:26

웬걸요 저는 말씀도 예쁘고 모습도 예쁘고 글 잘 쓰시는 미오새님이 엄청 부러운데 그럼요 저도요 서럼아 미오새 님께는 절대 가지마 ! 하고 호통쳐 드릴께요. 엄청 엄청 반갑습니다. 요즘 어떠신가요? 모두 이것 저것 평강 하신지요? 얼굴 다 잊겠읍니다요. 창조주의 축복 안에서 더더욱 넓고 풍성한 땅을 차지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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