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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새

미오새 2012. 04. 13. 오후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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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무리짓지 않는 표범의 고독을 닮고 싶었을까.
산에는 외로움에 꽃들도 군락을 이루는데
작은 새, 홀로 나무에 앉아 있네.

고독이 아니고서야 누가 저 소리를 길들였으랴.
정물화같은 풍경속, 홀로 깨여있는 새 소리,
고독을 다스리는 제물(祭物)이 되어 산길에 울려 퍼지네.


** 덤으로 드리는 이야기.
한 달에 두 세번 가까운 산으로 주말산행을 갑니다.
겨울철 산에 오를 때에는 눈 쌓인 산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산 새들을 위하여
한 컵 정도의 쌀을 잘 씻어서 채에 받혀 물기를 뺀 후 보송보송하게 말려서
미리 준비합니다.

산행 하루 전에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하는 이유는 쌀에 남아있는 농약 성분이
인체에는 무해 할지라도
작은 몸집의 새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점심시간에 맞추어 준비한 모이를 햇볕 잘드는 바위 위에 놓아두면,
주위에 보이지 않던
새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기심 많은 사람들과 달리, 새들은 먹이 있는 곳을 이웃에게도 알려 주는지,
산까치, 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멧새, 그리고  이름모를 작은새들까지
떼를 지어 날아들지 않고, 서로 순서를 지키는 것 처럼 한 마리씩 다녀 갑니다.

그런데, 새들이 먹이를 바로 삼키지 않고 입에 물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이 귀엽고 앙증맞은 꼬마 새들도 둥지에 처,자식이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을 이루어 허세부리는 사람들처럼 몸집이 큰 새의 소리는 투박하고 울림이 없지만,
작은새들의 지저귐은 정교하고
리듬이 있어서 바람과 화음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마음에도 반향을 일으키며 낭낭하게 들려옵니다.

새들이 나무의 새 순과 여린 꽃잎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봄이 오고,
새들의 소리가 봄을 찬미하는 노래로 바뀔 때 까지, 모이 주기는 계속되겠지요.


비록 몇 톨의 쌀이였지만, 생애
처음 쌀을 구경하고 맛을 봤으니 숲속의 작은새에게는
운수대통 한 날이 아니였을까요?
박씨를 물어다 준 흥부전의 제비같은 보답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비록, 작은 새같은 미물들에게도 베풀다 보면, 운수대통을 꿈꾸고, 땡잡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 꿈, 이루어지는 날 오지 않겠습니까?

댓글 16개

정해월 2012. 04. 13. 오후 03:33

마치 미오새님과 함께 산행을 하는듯한 느낌입니다. 관찰력이 대단하시네요 산에 오를때 그저 힘들고 땀을 식혀주는 바람만 느꼈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본 적이 없었던 듯 합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박종영 2012. 04. 13. 오후 04:25

나와 새의 대화, 그리고 새에게 주는 쌀 공양의 순수한 배려가 마음을 울립니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괄목하는 사람과는 달리 공평한 분배를 위한 새들의 나눔을 전하는 미오새님은 신선의 경지에 다달았습니다. \"덤으로 드리는 이야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님.

포아풀 2012. 04. 13. 오후 08:22

\"비록 몇 톨의 쌀이였지만, 생애 처음 쌀을 구경하고 맛을 봤으니 숲속의 작은새에게는 운수대통 한 날이 아니였을까요? 박씨를 물어다 준 흥부전의 제비같은 보답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비록, 작은 새같은 미물들에게도 베풀다 보면, 운수대통을 꿈꾸고, 땡잡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 꿈, 이루어지는 날 오지 않겠습니까?\" 미오새님의 글을 다시 옮겨 적으며 다녀간 흔적 남깁니다^^

정상근 2012. 04. 14. 오전 09:26

미운오리새끼님의 쌀씼는 마음에 감동.. 무릇..온 우주가 한 몸 한 마음임을 알면 부처라 하였던 어느 선사님의 법어가... 지금 귀에서 울려퍼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포아플님 안녕하시지요??

미오새 2012. 04. 14. 오후 07:58

*해월님.. 변변찮은 글을 읽으시고 미오새랑 함께 산행을 하는 느낌이셨다니, 해월님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시는 방법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어있는 해월님의 표정,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2. 04. 14. 오후 08:18

*박선생님.. 봄, 여름, 가을의 새 소리와는 확연하게 구별 할 수 있을 정도로 눈 쌓인 겨울산의 새소리는 애처롭게 들렸어요. 겨울산에서 점심으로 가져간 초코파이를 손바닥에 올려 놓으면, 곤줄박이, 그 작은 새가 사람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 처럼 손바닥에 내려앉아 초코파이를 입에 물고 날아 갑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장난삼아 초코파이로 작은 새를 꼬드긴게 계기가 되어서 그 이후에는 산행을 할때면 새의 먹이까지 준비하게 되었지요. 항상 변변찮은 글에 과찬의 말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2. 04. 14. 오후 08:24

* 봄 처녀 제 오시는 걸음걸이 처럼, 하늘거리는 걸음으로 다녀 가신 포아풀님.. 봄바람에 숨겨놓은 신의 코드는 무엇일까요? 목련꽃 나무아래, 봄볕 좋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미소를 짓고 계시는 표정이 너무나 신비롭게 보여서 해보게 되는 생각입니다. 운수대통하고, 땡잡을 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동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2. 04. 14. 오후 08:30

*상근님.. 고즈넉한 산 길에서 새소리 들려 올 때마다 \"낮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그리워 운다\" 는 어느 노랫말이 생각났지요. 처음에는 점심으로 준비한 쵸코파이를 새들과 나누어 먹다가 차츰 쌀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산 속의 작은 새나 미운오리새끼는 모두 같은 날개과(科)이므로, 콩 한 조각이라도 서로 나누어야죠. 그런데 미오새가 이운오리새끼라는 걸 어떻게 아셨지요? 천기에 속하는 것인데... 감사합니다, 상근님..

박성실 2012. 04. 16. 오후 01:28

멋져부러! 미오새님, 이 글을 읽다보니 제 마음에 봄이 왔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낭낭한 새소리도 저를 환기 시키네요. 감사합니다! 고독이라는 말과 정물화라는 말이 짝을 잘 이룹니다. 결코 산은 정물화가 아니지만, 새의 고독함 앞에서는 정물화로 보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눈이네요. 새에게 산은 역동적인 삶의 터니까요. 아니 새들도 산이라는 세상에서 몸살을 한다면 같은 걸까요? 이것은 어쩌면 몸부림 앞에 동요하지 않는 세상의 벽을 만난 시인의 마음이 투사됐다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당파짓기 좋아하고 작은 소리는 흘려버리죠. 인간은 그래서 고독합니다.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소리는 차츰 줄어듭니다. 그래서 울기를 멈추지 않는 그 작은새가 더 마음에 걸렸을까요? 그래서 먹이를 가지고 가셨다는 구절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위에 다녀가신 반가운 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김현배 2012. 04. 16. 오후 03:46

고독을 다스리는 제물 세상은 다시 깨어나고 고독은 자기 일을 다한다 어느 봄에 즈음하여 ... ㅎㅎ 미오새님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2. 04. 17. 오전 12:13

*성실님.. 맨(萬)날 먹는 밥을 산에 가서까지 먹고 싶지는 않아서, 산길에 동행이 없는 날은 점심으로 삶은 달걀 3개 정도, 초코파이 서너개쯤을 준비해서 가져 갑니다. 작은 새들도 달콤한 맛을 아는지 쌀과 초코파이를 놓아두면, 초코파이에 먼저 반응을 보였습니다. 적막한 산 속에 울리는 작은 새의 지저귐은, 바른 가르침이 없어 잠들어 있는 세상을 깨우는 고독한 현자(賢者)의 외침처럼 귀에 들렸습니다. 멋져부러~이렇게 표현하신 성실님에게 멋을 아는 안목이 참으로 높다고 말하면, 낯 간지러운 자화자찬이 될 것 같고, 성실님의 우월한 감각을 어떤식으로든 표현해야 할텐데 어렵고 어렵구려~ 새댁과 이웃집 아저씨가 글을 주고 받으면서 친해지는 속도와 밀도가 성실님의 글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서 참 기분 좋은 밤입니다. 편한 밤 보내시고 활기차고 보람된 새 날 맞으시기를..

미오새 2012. 04. 17. 오전 12:17

*현배님.. 한 동안 모습 뜸하시더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는지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산에 사는 새들은 고독을 고독으로 다스리는 방법에 익숙해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배님.

백야 2012. 04. 17. 오전 07:02

미오새님의 섬세함을 다시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새들의 행복을 위해 미오새님이 행하신 일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희집에도 작은새가 먼동이 트면 베란다 벽에 붙어서 정겨운 노래를 합니다. \" 밤새 잘 있었느냐? \" 라는 안부를 묻곤 하지요. 겨울철 산속의 작은새들이 미오새님 오길 기다리겠네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생활의 발견란에도 종종 오셨으면 하고 기대 해봅니다.

미오새 2012. 04. 18. 오후 10:25

*백야선생님.. 겨울 산의 작은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괜히 유난을 떠는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백야선생님 창가에 찾아와 아침인사를 건네는 작은 새처럼, 새들이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작은 새는 무슨 말을 할까요? 변변찮은 글에 다정다감한 말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안개 2012. 04. 22. 오전 11:31

아. 아. 아! 왠지 감탄사가 제 마음결마다 올라서요. 어쩜 이렇게 미오새님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달콤함이 새겨져 있을까요. 저는 왠지 요즈음, 새들에게 지혜를 읽고 배우는 중이었어요, 새들의 지저김속으로 애잔함이 들어있고 기쁨도 앉아있고 기억속의 누군가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음을 느껴져서요. \"정물화 같은 풍경\"속에 내려앉은 \"고독\" 내음에 취해 오래도록 머물며 쉼과 여유를 들고 갑니다. ^-^

미오새 2012. 04. 22. 오후 02:55

*별안개님..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새들의 둥지에 지붕을 만들어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별안개님은 가지셨을 것 같아요. 사색의 향기에서 여러 중책을 맡으셨지만, 이번에 또 새롭게 자유게시판의 지킴이로 의욕적인 활동을 시작하신 별안개님께 축하의 말씀 전합니다. 다정다감하신 별안개님의 체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글 남겨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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