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전라도 가시내야

박종영 2012. 05. 26. 오후 03:01
3856


전라도 가시내야

                    - 박종영

무명베 적삼 검정 고무신에
단발머리 전라도 가시내야,
휘도는 구부나루 질펀한 강물 마시고
솟아오른 젖가슴 어찌할 거냐.

앙암바위 빨래터에
푸른 세월 팍팍 두드리던 가시내야,
전라도 가시내야
서럽게 울다 속아버린 영산강이 유유하구나.

갈대숲 일어서고
아프게 흐르는 흙빛 물살에 바닷새도 울지 않더냐?
푸르디푸른 오월은 다시 오는데,
그 눈물의 강, 구진포 휘도니 회진이라 했던가.

풍요를 뿌리는 강물 위로
몽탄 혼백 일깨우는 높새는 청풍인데,
천년세월 맑은 물 한입 물고
흘러가는 가시내야, 전라도 가시내야.


 

댓글 10개

김문숙 2012. 05. 27. 오전 10:48

아름답습니다. 내 사랑오월은 그렇게 푸른 물 푸른 풀 한 입 가득 물고 전라도 가시내와 흘러 가더니 드디어 이제 더 푸른 6월을 데려 오려 합니다. 평안하시지요?

박종영 2012. 05. 28. 오후 12:19

푸른 오월이 황금연휴속으로 저뭅니다. 영산강과 흘러가는 전라도 가시내의 그리움이 새삼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정겨운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한은총 시인님.

미오새 2012. 05. 28. 오후 04:33

*박선생님.. 어찌보면, 예향의 고을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정갈하고 깊은 맛에 손맛으로 감칠맛을 더하는 남도음식도 전라도 가시내들이 이루어 낸 업적들 아닐까요? 그 전라도 가시내가 우리들의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었을 것 입니다. 그리고, 안으로 안으로 삭여낸 삶의 애환과 그리움, 강물에 흘려보내며 서러운 세월 견디었을 전라도 가시내들의 한을 영산강은 알고 있겠지요. 어느 고을을 막론하고, 가시내들은 남정네들의 애간장을 태우긴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천년묵은 안압지에도 돌 던지니 출렁하고 대답있데나 겨우 열여들 이 기집애야, 늬는 귀도 없나, 입도 없나\" 김동환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걸 보면... 향토색짙은 서정적인 시에 한참 잠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현배 2012. 05. 28. 오후 08:24

천년 넘게 그렇게 오래도록 전라도 가시내는 온갖 아픔에도 인자한 감수성을 지녔나 보다 가슴 아픈 오월에 이르러 눈물의 강을 보며 그리웠던 얼굴들, 어여쁜 얼굴들 가득찬다 감사합니다. 박종영님

박종영 2012. 05. 29. 오후 02:10

미오새님이 지적했듯이 전라도 여인네들의 손맛, 넘치는 정, 그리고 풍성한 문학예술은 예향의 고장임을 증명하지요 영산강은 지금 한창 개발중입니다. 영산포까지 뱃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잘 다듬어 진 댓글을 읽고 감동 먹었네요 ㅎㅎㅎ 오월이 저무는 하루,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미오새님./

박종영 2012. 05. 29. 오후 02:12

천년세월 유유하게 흐르는 영산강입니다. 오월이 2일 남았고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부족한 글에 정겨운 댓글 감사드리며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박성실 2012. 05. 31. 오전 10:25

선생님, 좋습니다! 그동안 제가 읽어온 선생님 시 중에 제일루 좋습니다. 풍요를 뿌리는 강물위로/ 몽탄 혼백 일깨우는 청풍에/ 천년세월 맑은 물 한 입 물고가는 전라도 가시내 마지막 연에 메시지가 집약되네요. 전라도 가시내, 영산강가에 젖가슴부푼 가시내 세월을 견디는데, 바다새도 울고 오월은 다시 오니 이는 풍요로운 삶의 한 자락이다. 한 마을에서 지내온 전라도 가시내의 삶의 흔적이 자연과 함께 얽히고 섥혀 흘러가고 있습니다. 유유히 흘러간다고 해서 굴곡이 없는 것이 아니니, 이것을 깊이라고 하는 것일테죠. 삶도 그러하지 싶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적인 시각과 어조를 가진 시인에게 여성의 의미일텝니다. 이 시에서 전라도 가시내는 마치 잃지 못한 첫정인듯 혹은 누이 같기도 합니다. 그래 정한을 이야기하는 섬세한 선생님의 필체와 잘 어울립니다. 봄이 오면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대체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순수함에 대한 열망이나 탐미의 통로로 여성으로 표현된 꽃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 뭘 또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네요..;; 암튼 선생님, 오늘 아침 좋은 시 감사합니다!

박성실 2012. 05. 31. 오전 11:07

ㅎㅎㅎ 미오새님이 인용하신 김동환 님의 시를 읽고 한참 웃었답니다. 아래 댓글을 쓰고 와서 다시 읽으니 미오새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다 써 놓으셨네요. 역시

미오새 2012. 06. 01. 오후 05:19

*성실님.. \"성실님에게 이웃을 기쁘게 한 점수 100 점이 적립되었습니다\" 혹시 이런 문자 받지 않으셨나요? 발신번호는 1004번 이고...

박종영 2012. 06. 02. 오전 01:42

남도 팔백리, 황토길 구비돌아 영산강에 이르면 작은 물새떼 둥지 찾아 날고, 맨발의 나그네 갈곳이 없는데......... 남도 사람들이 겪은 애환의 시대, 곤궁한 마음으로 살아온 날이 있었습니다. 아주 극명하게 지적하고 격려와 배려의 댓글에 찬사를 보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댓글의 구성이기에 그 기교와 생각의 수법은 함부로 흉내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푸른 오월이 가고 우리 모두 호국의 넋을 기리는 보훈의 달, 그리고 앵두 붉게 익어가는 유월이 문을 열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언제나 넉넉한 시간 되십시오. 박성실 문우님.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