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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에 와서

박종영 2016. 12. 10. 오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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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麗紫灣)에 와서
[다시 읽어보는 시 여자만]

 

                        -박종영-

 

그날 보았던 광활한 갯벌과
지평에 맞닿아 숨어들던 수줍은 노을이
보고 싶어 다시 여자만에 와 서 있다

 

갯가에 우뚝 서 잎 틔우는 시루목 한그루,
빛 받아 파란 얼굴 눈부시고
물새 부리로 전하는 사랑의 노래
어느새 고요한 찻집 '모리아' 카페에는
장명등이 곱게 일어선다

 

둥둥 떠 흐르기를 고집하는 작은 섬들
점점이 집어등 밝히는 고깃배,
하얗게 오르는 외딴집의 굴뚝 연기
켜켜이 접히고 다시 펴서 손에 담아보는
여자만의 물그림자가 그리움이다

 

겨우내 빛바랜 마른 갈대꽃이 나불댄다
그저 허허로이 웃으며 달래고, 보채고,
아릿한 눈물 뒤로하고 떠나는 나그네 마음에
호젓한 편지를 쓴다

 

지난겨울이 깊었으니 봄이 오고 있을 테지,
하얀 안개 제치고 속닥거리며 달려와 
여자만을 일깨우는 시간,
무위無爲의 그리움으로 서 있는 당신은 누구신가?

 


여자만(麗紫灣) : 전남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장척마을)해안.
 
 

댓글 4개

문태성 2016. 12. 12. 오전 10:23

사색의 여유가 황홀해 보입니다.

문희 2016. 12. 13. 오전 11:13

대한민국 바닷가의 갯벌, 우리 자손 대대로 엄청난 유산이며 자랑이 될 갯벌. 채취도 좀 줄이고 더욱 보존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더불어 이렇듯 감성적, 미학적 시도 계속 감상할 수 있고요.

박종영 2016. 12. 13. 오전 11:45

삭막한 겨울 바다의 갯벌은 더욱 추워보입니다. 그래도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있어 따스합니다. 작은 글에 감동의 격려말씀 주시어 감사합니다. 더욱 건승을 빕니다.

박종영 2016. 12. 13. 오전 11:47

그곳 여자만은 클럽 모임이 있어서 오래전에 두번 가본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같은 삭막한 절기에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함께 합니다. 감사드리며 추운 날씨에 더욱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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