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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5)

황태영 2017. 06. 20. 오후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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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황태영


       \"에즈라 파운드\" 는 \"메트로폴리스 지하철역에서\" 라는 그의 시(詩)에서 출근길─아니 어쩌면 퇴근길이었는지도 모른다─에 열린 전철 문 밖으로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밀려나왔을 때, 역 안의 밀려오고 밀려가는 군중들 속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띄였고 그러자 그동안 짜증나고 힘들었던 일상생활의 중압감이 일순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전혀 모르는 여자의 얼굴. 밀려가는 군중 속에 곧 파묻혀 사라져버려 곧 잊혀져버렸을 얼굴. 그런 짧은 인연이 시인의 힘들었던 삶을 새로운 활기를 되찾은 삶으로 되돌려놓는 계기가 되었다니. 내 딸 다미는 먹거리를 먹으며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먹거리로 나도 에즈라 파운드처럼, 다미처럼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에즈라 파운드가 본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처럼 나의 지친 삶에 과연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부석사 무량수전은 수덕사 대웅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고려 현종 7년(1016)에 원융국사가 무량수전을 중창했다 하니 구백년 이상된 건물이 아닌가. 전란이 많았던 이 땅에 본래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배흘림기둥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한다.  기둥이 동일한 굵기가 아니라 가운데가 조금 부풀어서 팽창감을 주고 윗부분은 좁아진 기둥이 바로 배흘림기둥이다. 이런 양식을 쓴 이유는 기둥이 지붕에 짓눌려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고 힘 안 들이고 지붕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십여년 전부터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 속의 부석사 무량수전 사진을 보며 언젠가 한번은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겨우 칠십 살도 살기 힘든 인간과는 달리, 끈질긴  생명력으로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온 무량수전의 강인한 모습을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량수전이 들려주는 소리없는 지난 세월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적극적이지 못하고 멀리서 속 태우며 바라보고만 있게 되듯이,  다른 곳은 쉽게 가서 보았으면서도 정작 늘상 찾아보고 싶었던 무량수전은 마음과는 달리  찾아가보기를 자꾸 미루어 왔었다.  나는 이제 그토록 마지막까지 미루어왔던 무량수전을 찾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일까.


계속.


 

https://allpoetry.com/In-A-Station-Of-The-Metro



In A Station Of The Metro

                      Ezra Pound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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