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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16)

황태영 2017. 07. 15. 오전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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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황태영

 

      요사채에서 내려와 비탈길을 따라 걸으니 딸이 앉아 있는 벤치가 나왔다.  갤로프 옆에 사십대 중년남자가 안경알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무량수전의 위치를 묻기로 마음먹었다.
  \" 부석사가 여기 말고 경북 영주에 또 있어요. 무량수전은 그 절에 있지요.  한자도 똑같아서 착각하고 잘못 찾아오는 분이 많지요. \"
  나는 갑자기 힘이 쑤욱 빠졌다. 내가 그토록 일생동안 찾아오고 싶어했던 무량수전이 없다니. 우여곡절 끝에 이제서야 어렵게 찾아왔더니 엉뚱하게도 다른 절이라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땅이 갑자기 푹 꺼져버리는 듯 하여 나는 비틀거렸다.  두 다리에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겨우 몸을 추스리고 벤치로 가서 힘없이 앉았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를 여기 부석사까지 끌어당긴 알 수 없는 손길이 만약 있었다면,  어떤 메세지를 나에게 던져주기 위해 이런 예기치 않은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을까. 그 메세지는 무엇일까.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아니, 다른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있다. 무량수전이 없다. 무량수전이 있다. 무량수전은 의미가 없다. 무량수전은 의미가 있다. 나는 몹시 혼돈스러웠다.

   중년남자는 실망감이 역력한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차에서 잘라놓은 수박조각들이 든 비닐봉지를 꺼내더니  먹으라고 나와 딸에게 한 조각씩 주었다.
  \" 하지만 이 절도 역사가 꽤 오래된 절이요. 신라시대에 창건됐어요. 그리고 보통 대웅전이 중앙에 있고 요사채, 즉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은 한 단 아래에 있기 마련인데 이 절은 특이하게도 같은 단에 있어요.  그 이유가 전설이나 기록으로 전해내려오고 있지는 않으나  당시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거요. \"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러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여기 잘못 찾아온 것이 공연한 헛걸음이 아니라는 어떤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계속.



댓글 2개

서흥식 2017. 07. 16. 오전 04:56

아니... ㅋㅋㅋ 어째 뭐가 이상하다 했더니... 부석면에 부석사가 있는데 하나는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사요 또 하나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사라~~

황태영 2017. 07. 16. 오전 11:25

예, 그 부분은 주인공의 착각인데요. 주제를 향해 가기 위한 의도적인 상황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읍니다. 누구나 평소 잘 알고 있던 사실도 일이 안되려고 하다보면 착각할 때가 있지요. 주인공이 처해 있는 직장에서의 퇴사 압력은 굉장한 스트레스였을 터. 그러나, 사람은 당장은 힘들어 보이는 역경일지라도 결국은 헤쳐나가기 마련이지요.인간도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그럴까요? 계획된 여행에서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은 당황스러운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해외 자유여행(스페인,빠리,이스탄불)에서도 꼼꼼하게 정리해간 스케쥴대로 잘 진행되다가도 착각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하더군요. 자신의 착각은 아니더라도 여행중 예기치 않은 어려운 상황은 생겨나기도 합니다. 해외 도시의 자유여행은 일단은 근처 지하철(전철)로 이동한 후 해당 출구로 나와서 약간 걸어서 해당 관광지를 찾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구글 맵은 사용할 줄 몰라스리), 빠리 메트로에서 겪은 건데 미리 조사해간 출구가 없어서 몹시 당황했던 경험(역사가 긴 지하철이다 보니 낡아서 보수공사가 계속 이어지니 출구 공사탓으로 일시적으로 공사용 벽으로 가려져 없어진 것이고, 나중에 묻고 물어 알게 된 건데 매표소에 보면 대체 출구를 안내하는 종이가 붙어 있더군요), 방금 자동발권기 통해 구입한 10장짜리 전철표가 개찰기를 통과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새 것임에도 바코드 불량. 매표소에서 확인 후 불량이면 교환해주더군요.) 등을 겪게 되지만 당시는 당황스럽지만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헤쳐나가기 마련이고, 이는 패키지 여행에서는 겪을 수 없는 시행착오 경험이라서 여행 후에 이야기꺼리를 더 풍부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여행비용이 적게 들만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는 러시아의 부동항이 있는 블라디보스톡 여행 자료를 검색하다가 아래의 여행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여분의 티셔츠조차 현지 가서 사면 되지 하는 식으로, 아무런 준비, 사전 조사없이 떠나는 여행자를 보며, 그래서 훨씬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패키지 여행보다 훨씬 더 풍부한 여행후기룰 들고올 그가 부럽네요. 나는 언제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런지. -아래- [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4일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 PROLOGUE (https://brunch.co.kr/@lookfar/112) [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4일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 Day 1 (https://brunch.co.kr/@lookfar/114) [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4일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 Day 2 (https://brunch.co.kr/@lookfar/115) [실시간여행기] 나홀로 4일 러시아 여행 -Day 3 (https://brunch.co.kr/@lookfar/116) [실시간여행기] 나홀로 4일 러시아 여행 -Day 4 (https://brunch.co.kr/@lookfar/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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