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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19)

황태영 2017. 07. 20. 오후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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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황태영

 

     비탈에 앉아 한동안 명상에 잠겨 있던 주지승이 눈을 뜨더니  울타리 가까이 가서 보라고 딸에게 손짓했다.  딸은 풀을 뜯어 철사구멍 사이로 주둥이를 내미는 흑염소의 입에 넣어주었다.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흑염소도 있었고 젖을 빨고 있는 새끼들도 많았는데 어림잡아 스물 마리는 되어 보였다.
  주지승이 먼저 말을 붙여왔다.
  \" 절에서 흑염소를 키운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 내가 작년에 이 절에 부임했을 때 전임주지가 흑염소까지 인수하라고 하길래 못 받겠다고 했지.  근데 내가 인수하지 않으면  그 날로 이 흑염소들이 목숨을 다하게 생겼더라고.  불제자로서 그것도 못할 짓이라 생각되어 어쩔 수 없이 인수인계 받아 그래, 니네들 명껏 살다가 죽으라 하고 기르고 있지.  키워보니  흑염소가 손이 거의 안가는 가축이야. 여긴 전국에서 제일가는 천연의 흑염소 사육지야. 이 도비산은 정상은 흑염소가 좋아하는 암산이요 산 곳곳에 온갖 약초로 가득하고 저쪽 계곡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거든. 좋다는 것은 다 먹고 자라니  여기 흑염소야말로 약이 되겠지.\"
  타 힌간 링 (Ta Hingan Ling) 산맥을 넘어오던 선조 염소보다도 근친교배 탓으로 점점 체구가 왜소해졌다는 재래종 흑염소. 그러나, 극한(極寒) 지역과 혹서(酷暑) 지역에서조차도 병에 걸리지 않고 적응할 만큼 강인하며 질경이, 쇠비름, 칡, 고사리, 마, 이질풀, 뽕나무, 떡갈나무, 느릅나무 등 못 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식성이 좋다는 흑염소. 맹수를 경계하여 순식간에 많은 양의 먹이를 그대로 삼키고는 안전한 장소에서 하루종일 되새김질을 한다는 흑염소. 질겅질겅 씹으면서 흑염소란 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일까.
   \" 절 살림이 넉넉치 않을텐데 팔면 도움되지 않겠습니까? \"
  \" 내가 팔지 않으니까 어떤 신도는 돈을 주면서 절 경비로 쓰시고 돈이 생기면 되돌려달라고 하더군. 절 살림에 그 돈을 금새 다 썼지.  그 양반도 알고 돈을 준건데 돈을 되돌려줄 수 없을 테니까  마음의 부담을 느껴 흑염소 한마리를 달라는 수작이겠지. 난 지금 갚을 돈이 없고 그래서 모른척 안갚고 있지. \"
  \" 언제부터 이 부석사에서 흑염소를 키워왔습니까? \"

   \" 그건 모를 일이야. 내 추측엔 어쩌면 의상대사 때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할 것 같군. 흔히 부석사라 하면 봉황산 부석사 만을 떠올리지 않나?  도비산 부석사도 창건 연대와 창건한 스님이 동일해. 동일한 이름이 된 이유도 거기서  쉬 짐작할 수 있지. 바위가 떠오르는 기적을 보고 감복한 무리들이 봉황산 부석사를 짓고, 불심 깊은 그들을 이끌고 백두대간을 따라 의상대사가 여기 도비산에도 부석사를 지었을 거야.  그 때 도비산에 서식하던 야생흑염소를 가축으로 길들여 중생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았을까 ?  불제자들이야 고기를 먹지않지만 부석사를 짓는 대역사에 동원된 중생들이야 풀뿌리만 먹고서야  무슨 힘으로 일을 해낼 수 있겠어, 안 그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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