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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끝)

황태영 2017. 07. 21. 오전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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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이 없다
                                                                                  황태영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추측이 맞다면 그들은 놀라운 불심을 가진 무리임에 틀림없다. 바위가 공중에 뜨는 것 만으로 그렇게  갑자기  불심이 생겨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던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 부석사가 마침내 창건되고 절 근처에 밭이 생기자 불심 깊은 그 무리들은 살생을 금하고 스님이 되고 보살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흑염소는 살아남아 어떤 화두를 던져주고 있지 않을까. 의상대사가 우리에게 던져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화두 말일세. \"
  \" 화두의 답을 얻으셨습니까? \"
  \" 글쎄.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  아뭏든 흑염소는 대단한 생명력을 가진 짐승이야. \"
  주지스님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 흑염소 보양탕집 주인 곽씨의 말이 떠올랐다.
  - 일본 가고시마 섬과 가사끼 서해안 일대에 시바염소라고 불려지는 일본 재래종 염소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어요. 어떻게 넘어갔을까요?  놀라운 생명력 아닙니까?  몽고 한가이 산맥에서 수많은 험한 산맥들을 넘고 넘어 태백산맥에까지 왔던  야생염소에게 바다 역시 극복 가능한 장벽이 아니었을까요?   나 말이요, 흑염소  장사를 하면서 느낀 게 많수다.  어떤 화두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 흑염소란 놈은 새순을 가장 좋아하지만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낙엽에 이르기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 먹는 것이 없어요. 수박껍질, 밥찌꺼기, 심지어는 흙까지도 먹습니다.  솔가지를 잘라서 주면 사람의 손이 닿았던 부분은 처음에는 먹지 않다가도 배가 고프면  그때는 모두 먹지요.


  울타리너머 닭 한마리가 푸드덕거렸다.
  \" 저기 닭도 한 마리 있군요. \"
  \" 먹이를 주면 염소와 닭이 서로 먹으려고 다투는 경우도 있는데,  힘으로야 염소가 이기겠지만 닭이 거세게 날개짓을 하면 염소가 놀래서 달아나버려.  양이 겁이 많은 동물 아닌가.  염소도 양 종류라서 그런지 겁이 많은가 봐.  그러나, 저기 뿔이 구부러진  숫염소가 우두머리이자 종돈인셈인데  외부의 적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려하면 굉장히 사나와져서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켜내지. 그때는 순한 양이 아니라 호랑이로 변해. \"
  가리키는 쪽을 내려다보니 숫염소가 암염소의 엉덩이 뒤에서 쏟아져내리는 오줌세례를 받으면서도 계속 오줌냄새를 맡으며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주지가 일어나서 극락전 쪽으로 비탈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울타리 쪽으로 비탈을 걸어 내려갔다.


  양은 평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흑염소는 험한 돌산을 뛰어오르는 것을 좋아하고 거친 나무껍질을 먹으며 야성을 잃어버리려 하지 않는다. 의상대사가 던졌을지도 모를 흑염소 화두를 곰곰히 되씹으며 울타리에 두 손을  얹고 서 있는데 숫염소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그 녀석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두 눈이 충혈되어가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겁에 질린듯  다미가 황급히 내 뒤로 몸을 숨겼다. 갑자기 숫염소가 낮은 울타리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녀석의 두 뿔을 붙잡고 모가지를 비틀어버리려는 듯이 힘을 주었다. 내 팔뚝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딸이 아빠의 등을 힘껏 밀고 있었다. 나의 선묘 낭자가 바로 내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든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흑염소의 뿔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결코 여기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나의 어디에 이런 힘이 남아 있었나 의아할 정도로 나는 흑염소의 대가리를 힘껏 비틀기 시작했다.




끝. 


 



** 도비산 부석사 풍경 : http://bank2066.blog.me/140112068423




댓글 2개

서흥식 2017. 07. 22. 오전 11:49

그동안 연재 잘 봤습니다. ^^ 수미상관이 인상적입니다. ^^

황태영 2017. 07. 22. 오후 12:15

예, 연재 소설의 내용 하단 \"계속\" 혹은 \"끝\"에 개인 홈페이지 간판을 클릭하시면, 다른 작품들도 많이 실려 있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검색엔진에서 \"인터넷책사랑\" (http://ibooklove.dothome.co.kr/)으로 들어 오셔도 되고요. 여전히 어려운 대한민국 경제 상황에서도 다들 힘내시고요. 어제 다큐 \"노무현입니다\"를 봤는데, 감동과 힘을 주더군요. 이 작품도 독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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