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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榮鹿 문태성
태초부터 수 십 억년
남빛 청정바다 한 가운데서
으랏찻차 기백이 여기 모였어라
용암을 뿜고 솟아 오른 한라산.
모질게 지켜온 일 천 육백고지 안겨보니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또 한 세월을
폭풍한설 뒤집어쓰고 말도 못하는
고사 주목이 휘둥그레 팔을 내젓누나.
돌 장광 곳곳마다 이유있는 군상群像!
풍랑 뚫고 천상으로 비상하려
오름 뒤로 꿈틀대는 거대한 생명 무리들
용오름짓하는 구름떼를 보긴 보았더냐.
숲 새마저 잠든 저 발치 아래
시끄럽고 탓도 많은 다툼통 속 위로
지상 일 천 미터 숨털 헐떡거리어
세상을 굽어본 건 무엇이며
산허리에 갇혀 요동쳐 본들 어떠했는고.
오르지만 내려가야 할 이 길,
분을 내어 살아본들,
남을 속여 밟아 이긴들
녹아지고 걷혀지니 헛되도다 헛되도다
후회될 걸, 뉘우칠 걸, 뒤 돌아 보라
한라는 남고 미물들은 다 돌아 가리니.
하늘이 마중한 산정山頂,
세찬 칼바람도 멈추어 서며
나그네 손을 댕기는 흠칫
눈 앞에 전개된 백록담에 꽂힌 몸짓
어서 오오 세간 인간, 다시 보오 천하 만민
욕심을 버리깝수, 명예도 버리는 터
모여든 산 사람, 대자연인이어라.
- 2018 새해 한라산에서 -
댓글 8개
한라산의 겨울 풍경을 노래한 귀한 글에 머물러 웅장한 겨울산을 그려봅니다. 감사드리며 건승을 빕니다.
30여년만의 한라산은 그대로인데 신혼 때 저희 부부는 머리가 희어졌습니다. 박 시인님!
자신의 몸을 가리운 채 섬을 지키고 있는 한라산 갈때마다 신비감이 더 합니다. 새해의 소망이 백록담에 잘 머물러 다음 방문에 미소짓게 되기를 바랍니다.
문희 시인님의 소망이 신비로운 백록담에 담겨 이루어지길 고대합니다~!
한라산의 맑은 정기를 보내 주시네요. 기운차게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사색의 여유가 한라산에도 피어 올랐습니다.
사진이 멋집니다. 가끔 산행을 할때 힘들게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분들은 왜 그럴까 했는데 이런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였군요, 감동입니다.^^
용오름의 새 기운을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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