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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와서
산사에 와서
-박종영
산골 바람이 게으른 동자승의 늦잠을 깨운다
일주문 지나 고색이 짙은 대웅보전 앞에 이르니
단청 지붕의 모서리에 매달린 풍경(風磬) 소리 맑다
옥구슬이 부딪치면 저토록 청명한 소리를 낼까
그 소리 바람에 실려 와 아둔한 귓속을 후빈다
바람과 서로 스치며 간지러운 소리를 보듬어
백 팔 배 무언의 행자 가슴을 파고든다
왠지 부처의 앞에만 서면 마음이 찔끔 거려 아프다
어리석은 마음에 물든 탐욕을 비우고 내려놓으니
여기 참회로 앉은 자리가 극락인가 부처가 보이기 시작하고,
법당 안 분향 내음이 헝클어진 머릿속을 맑게 한다
이승의 한은 저승에 가서 푸라는
자광 큰스님의 설법이 극락왕생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산 중턱 불이산방의 댓돌에는 늦봄 한나절
샛노란 햇살이 무더기로 쏟아지는데,
산수국이 달덩이처럼 고운 그 아래
아스라한 천년의 고요를 감추고 묵묵한 산사,
어느 날에야 부처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산문에 들까?
* 佛紀 2562년 부처님 오신날에/photo by Hyun
댓글 2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그곳이 바로 자신을 수양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마음의 정진을 애써보지만 그날이 지나고 보면, 마음에 채워지는 것은 일상의 욕망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자리가 우리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정겨운 글로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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