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그토록 가기 싫은 그 길은

박종영 2021. 08. 21. 오후 04:21
589

그토록 가기 싫은 그 길은

 -박종영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으므로*

오래 잡아두고 먼 길 떠나지 못하는 
슬픈 하루였으니 우리 오늘,
소중한 생명의 의무를 함부로 다스리면 되겠는가.

꽃은 다시 피고 지고, 
소담한 열매 자기 몸뚱이 기억하며 곱게 열리는
저, 연인 같은 푸름을 보라.

살아 있으므로 
아득히 흩어진 허공중의 윤회를 손안에 쥐어보면,
마침내 느껴오는 깃털 한 조각
그게 목숨인 것을,

한 생애 어두운 그늘 제치고 
펼쳐지는 광휘의 하늘에 깃발을 달면
홀연히 바람 불어 잔잔한 물결 일어서고 
남루한 세월 소리 내여 흩어지는 낙엽 같은 인생길,

슬프고 가기 싫은 그 길은 언제나 내 몫인 것을.


* 이해인 시인의 친필서신에서 차용함
photo by  이완 사진가

댓글 6개

박동수 2021. 08. 22. 오후 10:38

한 세월 어두운 그늘 제치고............ 광희의 하늘에 깃발 달면.......남루한 세월 소리내어 흩어지는 .... 헛되고 헛 되도다...... 전도서 1:2. 해인 시인님이 수많은 글들을 쓰고 추앙을 받으면서도 느낀 고해였을 겁니다. * 세상에서 가장 많은 영광을 받은 솔로몬왕의 마지막 신앙 고백이지요(전도서) 바람이 동에서 와서 이리저리 불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생의 길도 돌아가는 곳은 영의 길로 가는 것이라는 고백...헛되고 헛되도다 박시인의 글을 읽으며 생각나는 것을 적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을 바람 냄새가 나는군요. 건강하세요

박종영 2021. 08. 23. 오전 10:38

죽음에 대한 두려움,불안감, 답답함 같은것을 연상해 보노라면 현재의 내가 궁금하고 허망한것을 간혹 느낌니다. 죽음도 하나의 삶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더위 물러가고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돕니다. 건승하십시오. 시인님.

김민재 2021. 08. 23. 오후 03:27

힘들 길 속에서 희망과 목적을 찾아가야 방황에서 벗어날수 있는거 같아요.

박종영 2021. 08. 24. 오전 11:15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할 그 길이 보인다면 현재는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정채균 2021. 08. 24. 오후 02:37

인생 길, 그것도 세상을 떠나는 길이란 다들 허무와 미련으로 몸부림치지만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피조물이니... 담담하게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살 수 밖에요.

박종영 2021. 08. 25. 오전 11:43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음은 당연합니다, 생명의 자기 위안이 있어 우린 늘 거기에 안주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현재의 귀한 시간을 슬기롭게 마중하는 것이 또한 의무입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