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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요술쟁이

박종영 2022. 10. 06. 오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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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요술쟁이 


- 박종영


기별도 없이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한점 푸른 웃음으로 손을 내미는

바람의 포옹이다.


떼 지어 흘러가는 구름 사이

밝은 햇볕을 내리게 하는 것은,

바람이 하늘을 꿰매는 바느질이다.   


긴 여정의 길에 쉼 없이

허공을 나는 철새 무리

힘겨운 날개깃의 부양을 돋우는 바람은,

세월의 나그네다.


은밀한 계곡

산새의 그리움을 엿듣는 바람은,

고요한 겸손으로 위장한 요술쟁이다.


붉은빛 색감으로 익어가는 계절

늦가을 억새울음 달래는 바람의 속내는,

언제나 타인의 이름으로 떠나려는 연인의 길이다.

 

 

 

 

댓글 6개

박동수 2022. 10. 07. 오후 03:05

억새의 울음을 달래는 바람의 속내는 떠나려는 것보다 억새품에 안겨 떠날 수없는 텃새가 되어야하는 후투티와 짝잃은 원앙의 슬픔이 더 서러워서 일지도 모릅니다. 바람의 요술쟁이를 다르게 생각해보며 읽고 갑니다. 항상 감사

정채균 2022. 10. 07. 오후 06:51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시로 남기고 싶었는데 시인님의 시를 통해 자신의 게으름을 질책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종영 2022. 10. 07. 오후 10:50

바람과 시간의 배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사람의 생각이 이 가을에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갑자기 쌀쌀한 바람 탓이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흔들림은 가을 하늘에 가을 편지를 보내는 손짓입니다. 감사드리며 늘 건승하십시오.//

박종영 2022. 10. 07. 오후 10:53

시인님이 오래전부터 맘 먹고 있던 바람의 존재를 내가 먼저 바람의 시로 선수를 친 것 같습니다. 정겨운 말씀 감사드리며 이 가을에 더욱 건승을 빕니다.

문희 2022. 10. 14. 오후 04:19

높은 억새의 물결에 이 마음도 흔들리고 바람의 요술에 춤을 추게 됩니다. 가을의 붉은 산길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춤의 대화를 벌립니다.

박종영 2022. 10. 14. 오후 10:02

가을 하면 우선 붉게 물든 단풍잎과 외딴 길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안타까움과 산등성이 외롭게 서서 하늘구름에 손 흔드는 억새가 우리를 마음 다독이게 합니다. 이토록 좋은 절기에 소중한 시간 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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