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구봉산(九峰山)에서 / 박얼서

박얼서 2023. 04. 09. 오전 05:22
848

구봉산(九峰山)에서 / 박얼서

 

영산준봉(靈山埈峰)이로다

창조주의 입장에서 보면

꼭꼭 숨기고 싶었겠다

능선으로 줄지어 선 아홉 형제들

억만 천 겁의 세월이요

만산 만경의 기상이로다

어느 봉우리 하나

침묵하는 작은 준봉의 발길 한 점도

한눈팔 수 없는

진퇴유곡의 선경이로다

인간의 욕망 구름다리 위를 걷는다

조마조마한 느낌까지도

섬세하게 매달아 연결해 놓았다

창조정신을 훼손한 반칙이로다

창조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걸 다시 빼앗고도 싶었겠다

인간들은 늘 그랬다

만들고 고치고 부수고 버리고

그러다 밀려나고

오봉을 거쳐 육봉, 칠봉, 팔봉

기염만장(氣焰萬丈)이로다

점점 더 빠져들고 있었지만

최고봉인 구봉 만큼은 그대로 남겨둔 채로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영산(靈山)의 준봉(埈峰)이로다

창조주의 입장에서 보면

꼭꼭 숨겨두고도 싶었겠다.

 

 

 

 

 

 

댓글 1개

이수현 2023. 04. 11. 오전 09:03

겸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