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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輓章)

백원순 2023. 07. 21. 오후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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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輓章)

                               백 원 순(白 元 淳)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2여년이

되어 간다

 


내가 섬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살 동안

한 밤 중에

소변이 마려워 마루 끝에 설 때

어느 집 지붕에서

혼불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겁하여

방으로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벼루와 먹 그리고

크고 작은 붓들을 준비하셨다

 


동네 아이들은

연장자 순으로

붉은 천에

아버지께서 쓰신

검은 먹물에 하얀 밀가루를 뿌린

만장((輓章)을 앞세우고

크고 작은 조기(弔旗)들을 들고

상여 뒤를

아무것도 모른 채

뒤 따라갔었고

 


붉은 천의 큰 만장이

관에 덮여 흙으로 메워지면

조기의 크기에 따라

용돈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아버지의 한자 서체는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섬마을에서는

뛰어나셨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쓰셨던 만장의 한자들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그 한자 서체의 만장을 관에 덮고

땅에 묻힌 섬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기억한다

 


댓글 1개

백원순 2023. 07. 23. 오후 02:48

좋으면서 아름다운 언어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위로하고 치유하여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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