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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세월 읽기

박종영 2024. 02. 24. 오후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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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세월 읽기

 

- 박종영


강가나 산기슭에 흩어져 있는 

하찮은 돌도 다 제자리가 있다

모든 사물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계절이 바뀌고 매화가 활짝 핀 

마을 안길 돌담을 눈여겨보는 재미가 있다

돌담이 끝나는 지점에 봄날 아지랑이가 부풀어 오르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층계를 이루며 서로 부등켜안고 있는

저것들의 연대가 감사할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로 안고 있는 돌들을 하나씩 만져보면

잘생긴 돌도 있고 투박하고 모가나 못생긴 돌들이 더 많다

덩치가 큰 놈이 있는가 하면

얄팍하고 자그마해서 물수제비를 뜨면 붕붕 날아갈 놈도 있다

돌담의 밑자리를 살펴본다

낮잠에 빠진 듯 길게 누운 돌도 있고

야무지고 당차게 삐쭉이 입술 내밀고 있는

옹골차고 밉살스러운 돌

비바람에 부대끼고 달아져 반질반질한 돌이 있는가 하면

백옥같은 연인의 얼굴로 웃고 있는 돌도 있어

괜히 다가가 한번 쓰다듬고 싶은 것은

세월이 권하는 그리움의 시간인가?

저 수많은 돌의 본향이 강이나 산이었으니

한 평생 여울물의 출렁임을 담고 살아왔을 것이고

천년 주목의 울음에 놀라 산을 떠나온 바윗덩이로 흩어져

동백숲 그늘 산새 소리 그리워 눈물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향 동네 어귀 당산나무 그늘에 자리한 반석은

어떤 돌보다 수많은 사람의 서럽고 외로운 비밀을 엿듣고 앉아

지금도 그 자리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댓글 6개

정채균 2024. 02. 26. 오후 05:52

쓸모 없는 돌 같아도 쓰임새에 따라 요긴하게 사용되지요 그 억겁의 세월을 거쳐 손에 쥔 돌은 태고의 신비이며 비밀입니다 흙과 어울러져 켜켜히 쌓아 올린 담장은 인간의 보호막 이었을 겁니다.

박종영 2024. 02. 27. 오전 10:40

지금도 100년이 넘은 돌담은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굿굿하게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돌담을 보면 평범한 것 같아도 선인들의 심오한 담장 쌓기 기술이 오늘을 빛내고 있습니다. 타산지석의 말매로 어느 때는 하찮은 돌이 긴요하게 쓰일 때가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아직도 고르지 못한 날씨에 더욱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강주화 2024. 02. 28. 오전 09:42

정말, 돌담이 정겨워요~~^-^ 세월의 나이만큼 더 고고해지는 돌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을까요?^^

박종영 2024. 02. 28. 오전 10:32

오랜 세월 비람에도 끄덕 않고 고향 마을을 지키고 서 있는 정겨운 돌담, 살아 숨쉬는 듯 질서가 우리의 삶을 인도합니다. 정겨운 말씀 주시어 감사합니다. 봄이 오는 절기, 늘 즐거운 일상이 되십시오.//

박동수 2024. 02. 28. 오후 01:40

켜켜이 쌓이고 쌓인 손길마다 긴 세월 속의 하고픈 사연이 잠겨있는 듯 합니다. 그 사연들이 무엇인지 보는 이 마다 각각일 듯 하지만 우리 내 선조들은 슬픈 눈물이었을 것 같네요 감사 합니다

박종영 2024. 02. 28. 오후 03:08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굿굿하게 버티고 선 돌담을 보면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들의 내공이 얼마나 서려 있는지 가히 짐작이 갑니다. 지금도 집성촌에 가면 돌담길이 있어 보기가 좋습니다. 정겨운 말씀 주시어 감사드리며 꽃샘 추위로 바람이 차갑습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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