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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훈령(訓令)

박종영 2025. 01. 12.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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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훈령(訓令)

 

-박종영-
외딴섬 겨울 동백꽃이
지난밤 하얀 눈 고깔을 쓰고 우쭐댄다.
어젯밤은 저토록 백설의 면사포를
머리에 이고 누구에게 시집을 갔는가?
삼동 추위에 얼마나 융숭한 관능의 지혜를 배웠을까
은근히 오기가 나서
오죽하면 눈발(雪)에 헤픈 가슴 열었느냐고 놀려대자,
반짝이며 수줍음 타는 노란 꽃술
그때, 한 줌 둥근 웃음 만들어
스르륵 가슴을 만지며 넘어지는 눈덩이,
소한 추위 앞세워 시샘하는 칼바람이
동백꽃의 아랫도리를 후려친다
놀라 가로막는 만삭의 낮달이 더운 바람을 준비한다.
바닷바람이 항해의 돛을 달고
작은 섬이 들썩거리며 분주한데 찬란한 이겨울에,
조매화(鳥媒花)네 슬픈 이야기는
허리를 굽히고 들어도 젖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바람의 길을 안내하는 동백꽃,

너의 훈령(訓令)이 게으른 봄을 재촉하는구나!

 

 

 


댓글 4개

문희 2025. 01. 12. 오후 12:33

한 겨울 남도의 붉은 동백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누가 그녀의 아름다운 그러나 진중한 바람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동백꽃을 바라보며 춘희의 아리아를 들어봐야겠다.

박종영 2025. 01. 12. 오후 01:05

한 겨울 눈을 이고도 봄을 불러들이는 겨울 동백꽃 통채로 떨어질 무거운 꽃봉오리 아랑곳 없이 동박새를 유혹하는 달콤한 꿀맛이 추위를 평정합니다. 유독 거친 바닷바람에 살찌는 푸른 잎사귀 그 싱싱함으로 사람의 눈을 번득이게 합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억센 삼동추위에 건승하십시오. 문희님.//

정채균 2025. 01. 13. 오후 02:57

대흥사에 가면 잔설 녹은 양지 바른 여울가에 떨어진 동백꽃이 카펫을 깔렸고 동박새는 곧 봄이 온다는 소식을 전했지요

박종영 2025. 01. 14. 오후 01:27

겨울 산 동백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은 겨울에만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통째로 떨어지는 아픔이 있어 더욱 안쓰런 마음입니다. 벌써 1월 중순에 들었습니다. 감사드리며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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