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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귀성(歸省)

박종영 2025. 01. 29. 오후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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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귀성(歸省)박종영

 

겨울귀성은 언제나 북극의 눈보라를

덮어쓰며 찾아가야만 했다. 

백색이 지배하는 겨울 두메산골 고향 집

벽촌은 해가 짧아질수록 

눈에 띄게 힘을 잃어가고 바람은 매서웠다. 

그리하여 눈 속에 감춰진 샛길, 

앙상한 속대를 푸석거리며 흔들리는

마른 억새 풀숲은 겨울새의 보금자리로 따뜻하다.

기운이 짧은 힘겨운 해가

하루의 빛을 거두어 서산으로 빠르게 숨어드는

동구밖 느티나무가 반가운 늦은 오후,

오랜만에 찾은 낡은 집 마당에는

겨울바람 이기고 웃자란 개망초와 

격려라도 하는듯 텃밭엔 파란 겨울 상추가

한여름 녹색의 빛깔로 으스대며 

검은흙을 보듬고 있다.

저문 하루 허름한 초가집

봉창 문 사이로 비치는 불빛을 밀치고 

아담한 온돌방 아랫목 이불을 들춰

언 손을 넣으니 어머니 가슴처럼

녹녹한 기운이 손끝으로 밀려온다.

젊은 날 어머니의 가슴이다. 

내일 아침은 차례상 고루 갖추고

하얀 맷밥 한 숱 깔, 생전에 즐기시던

청작(淸酌) 한 모금 흡족하게 올려,

살아생전 이승의 세월을 찾아오게 할 것이다.

 

댓글 4개

박동수 2025. 01. 30. 오후 01:17

\"청작(淸酌) 한 모금 흡족하게 올려, 살아 생전 이승의 세월을 찾아오시게....\" 정성 다하시는 마음 속에는 언제나 오시리라 믿습니다. 잘 읽고 생각하며 갑니다.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좋은 명절 되셨기를 인사드리며 감사 합니다 시인님

박종영 2025. 01. 30. 오후 03:08

차가운 겨울 여행을 위해 잎을 떨구고 선 발가벗은 겨울 나무, 화를 다스려 인내하는 숨소리가 눈보라 치는 찬바람을 무색하게 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 가는 사람들의 귀성 행렬이 사뭇 정겹게 보이는 풍경입니다. 살아 생전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지는 시간, 차례상 차리고 올리는 청작(淸酌) 한 모금이 우리들의 행운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겨운 말씀 감사드리며 을사년 한 해 행운을 빕니다. 박시인님.//

정채균 2025. 02. 04. 오후 08:42

저문 하루 허름한 초가집 봉창 문 사이로 비치는 불빛을 밀치고 아담한 온돌방 아랫목 이불을 들춰 언 손을 넣으니 어머니 가슴처럼 녹녹한 기운이 손끝으로 밀려온다. # 저희 세대만 느낄 수 있는 고향의 풍경과 어머니의 마음... 공감하고 갑니다.

박종영 2025. 02. 04. 오후 10:32

추석 명절과, 설 명절에 찾아가는 고향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이합니다.그곳은 우리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자라나고 있어 더욱 애틋한 심정으로 해마다 명절에 찾아가는 귀성길이지요. 얼룩지고 금이 간 아랫 목은 언제나 따스한 어머니의 말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겨운 말씀으로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입춘 추위에 더욱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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