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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그 삭막한 날의 그리움

박종영 2025. 02. 05. 오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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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그 삭막한 날의 그리움/박종영

 

추위가 어물쩡한 2월은, 설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올 때까지도 

낡은 외투깃으로 찾아드는 썰렁한 바람이 얄밉기도 하다.

겨운 한나절 발품 내어 텃밭을 살피다가 차가운 겨울 이기고 돋아난

파란 보리가 안쓰러워 꾹꾹 밟아주니 움쑥한 풋보리 냄새가 난다.


산은 푸른 촉 움트는 기운에 움찔대고 먼 고향길 상큼한 내음이 
사록사록 소리 밟히며 가슴에 와 젖는 봄 기척이 따스하다.  

시하바다 건너 고하도 용머리 돌아오는 뱃고동 소리 듣고

겨울 내내 잠들어 있던 마른 잡풀이 귀를 세우는 2월은,

정녕 따스한 땅에서 봄을 꺼내 바람에 날려 보내는 달이기도 하다. 


이즈음 변두리 허접한 선술집 주모의 눈웃음 섞어 마시는 낮술이 

꼴깍거리며 넘어가는 소리 누추하여 시름을 달랠 길 없고

혼자 뒤척거리며 외로운 시간을 술기운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2월,

서산동 째보선창 보리 마당엔 빈 밥그릇 한 개 무참하게 뒹굴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 태어나서 솔찬이 먹은 나이지만 오늘처럼 하늘이 희뿌옇고 삭막한 것은,

처음 겪는 외로움이라 가까운 친구 불러 작배를 하고 싶어도

내 능력으로는 남향집 하나 얻지 못한 궁핍한 세월에 기죽어 추위를 탄다.


그래도 조촐한 밥상 앞에 놓고 숟가락 젓가락질 해가며 먹은 고두밥은

세월 돌아가는 음악보다 아름다운 젓가락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배부른 아침이 되고,

혼자 먹는 밥상이어도 상위에 얹힌 세월이 가슴 푸르게 먹히고 있어 즐거운 맛이다.


아무래도 귀를 막을 수 없는 궁극 한 2월을 셈하는 것은, 

겨울 이긴 매화나무 가지에 젖꼭지 같은 꽃봉오리 움찔대는 소리 듣는 일이고, 

2월의 첫 봄에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그 손님은 아무래도

그리운 그대를 마중하여 하루를 기쁨으로 채우는 일이다. 

 



댓글 6개

문희 2025. 02. 07. 오후 02:53

회색 빛 하늘에 고드름이 맺혀있는 2월이 아직 삭막하다면 긴 막걸리 잔에 랩소디를 안주 삼으면 매화 아가씨가 달려오지 않겠습니까? 정신을 차려도 쉽지 않은 세상을 맞고 있는데 그나마 희망이 보이기에 쓸쓸함을 넘기는 2월인 것 같습니다.

박동수 2025. 02. 07. 오후 07:27

:\"움쑥한 풋보리 냄새\" \"마른 잡풀이 귀\" \"젓가락질 해가며 먹은 고두밥\" \"매화나무 가지에 젖꼭지 같은 꽃봉오리\" 이런 언어를 아는 사람 얼마나 살아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알리 없는 정이 스며든 언어 읽으며 가슴이 아릿 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은 긴 글을 올렸네요 감사 합니다. 2월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박종영 2025. 02. 08. 오전 09:18

1년 중 가장 흥미 없고 삭막한 달은 2월과 11월이고 보면 하늘은 회색빛으로 가슴을 조이고 속절없는 바람은 마냥 불어와 옷깃을 파고들어 마음을 급하게 합니다. 어수선한 세상이 더욱 쓸쓸한 후회를 갖게 하는 2월입니다. 정겨운 말씀으로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더욱 건승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박종영 2025. 02. 08. 오전 09:25

겨울 이기고 솟아난 보리밭의 인내가 나약한 심정을 일으켜 세웁니다. 시대는 어수선해도 자연은 질서를 지키며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2월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설 명절 뒤끝에 오는 허전함이 커서 나도 모르게 토로하는 산문시 형태로 심정을 달래 보았습니다. 일주일 이상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궂은 날씨에 더욱 건승하시고 즐거운 일상이 되시길 빕니다. 시인님.//

정채균 2025. 02. 08. 오전 11:32

폭설에 한파가 닥친 2월이지만 머지 않아 보리밭 언덕 넘어 매화낭자 꽃소식이 들리리니 선술집 주모의 유혹도 시작될 겁니다.

박종영 2025. 02. 08. 오전 11:44

오늘 아침에 이곳은 폭설이 내렸습니다. 연 7일간 한파가 계속되고 눈이 내려 외출도 못하고 방 구석 차지하고 TV에 눈을 혹사하고 있습니다. 봄이 너무 장황하게 찾아오는가 봅니다. 격려 말씀 감사드리며 늘 좋은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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