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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25. 02. 27. 오전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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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시 모음 15편 ☆★☆★☆★☆★☆★☆★☆★☆★☆★☆★☆★☆★ 그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에 자운영 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 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품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 몫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 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 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 꽁보리밥 정두리 보리밥보다 더 어두운 밥 '꽁' 그 말 하나가 보태는 먹어도 고픈 듣기만 해도 먼저 허기지는 남루한 음식 그래도 입 속에서 머물대다 넘어가는 것이 과욕을 누르고 과식을 용서해 줄 이름만으로도 참으로 낮아지는 꽁보리밥. ☆★☆★☆★☆★☆★☆★☆★☆★☆★☆★☆★☆★ 내 의자 정두리 알맞게 키도 다리도 알맞게 그래야 편안해 큰 의자 깊숙한 자리 욕심내지 말 것 두 개의 자리도 탐내지 말아 등을 곧추세우고 앞을 바라봐 거기에 반듯함이 보인다면 바로 앉은 내 의자 ☆★☆★☆★☆★☆★☆★☆★☆★☆★☆★☆★☆★ 단풍나무 정두리 햇빛이 불씨를 묻어놓고 바람은 부채질하고 이웃은 모여서 손뼉쳐주고 걱정 없이 신나는 가을날의 불구경 오래도록 불타는 단풍나무의 불 ☆★☆★☆★☆★☆★☆★☆★☆★☆★☆★☆★☆★ 라일락 정두리 가지마다 숨겨진 작은 향기 주머니 이름 석자 뒤에도 묻어나는 냄새 향기로만 나무가 되려는 나무 소올솔 작은 주머니가 올을 풀어서 봄 하늘을 향긋하니 덮어 버렸다. ☆★☆★☆★☆★☆★☆★☆★☆★☆★☆★☆★☆★ 먼지의 자리 정두리 먼지는 어디에건 주저앉으려고 든다 살금살금 가볍게 무엇보다 사람들의 무관심 위에 앉기를 좋아한다 아무도 몰래 숨어 만든 자리 그 자리 엄청 넓어서 나중엔 먼지가 먼저 놀라 풀석 일어난다 ☆★☆★☆★☆★☆★☆★☆★☆★☆★☆★☆★☆★ 바람의 울음 정두리 아기 소나무를 보며 바람이 매를 듭니다. 쑤 - 욱 가슴을 펴! 매를 맞으며 우는 것은 소나무가 아닙니다. 회초리 내던지고 긁힌 자국 만져주며 오래도록 바람은 울고 있습니다. ☆★☆★☆★☆★☆★☆★☆★☆★☆★☆★☆★☆★ 산수유 꽃 정두리 이른 봄 햇살이 씨앗을 뿌렸다 산수유나무 품었던 씨앗을 틔운다 차조알 같이 자잘한 노란 꽃 아직 뺨이 시려 깨알만큼 얼굴을 내민 그래도 촘촘히 달린 산수유 꽃 ☆★☆★☆★☆★☆★☆★☆★☆★☆★☆★☆★☆★ 소나무 정두리 나이테를 보지 않고 눈어림으로 알 수 있는 버젓한 어깨 튼튼한 다리가 보기 좋다. 꽃보다 더 나은 푸른 솔이 좋다. 이런 거구나 이래야 하는구나. 냄새도 빛깔도 이름과 닮은 의젓한 나무. 네 모습을 보면서 소나무야 꿈까지 푸르게 꾸고 싶다. ☆★☆★☆★☆★☆★☆★☆★☆★☆★☆★☆★☆★ 씨앗 정두리 씨앗은 크지 않아도 된다 까만 점 하나가 만든 나무숲 그 숲에 둥지 튼 비비새 한 마리 까만 씨앗 한 개가 하는 일은 작은 점 하나서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 애기 똥 풀 꽃 정두리 아기가 기저귀 벗고 들에다 똥을 누었다네 아기 똥은 이쁘기도 하지 노랑 노랑 노랑 꽃 아기는 온종일 혼자 놀았네 여기 저기 조오기 애기똥풀꽃은 그렇게 자꾸자꾸 피어났다네 ☆★☆★☆★☆★☆★☆★☆★☆★☆★☆★☆★☆★ 어머니의 눈물 정두리 회초리를 들었지만 차마 못 때리신다. 아픈 매보다 더 무서운 무서운 목소리보다 더 무서운 어머니의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다. 어머니의 굵은 눈물에 내가 젖는다. ☆★☆★☆★☆★☆★☆★☆★☆★☆★☆★☆★☆★ 엄마가 아플 때 정두리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드는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 코스모스 정두리 나란히 나란히 누가 불렀나 들길에 나란한 코스모스 외로운 들길이 얼마나 환한지 그 길 지나면서 그냥 가긴 싫어 바람도 꽃잎 속에 숨었다 가네 ☆★☆★☆★☆★☆★☆★☆★☆★☆★☆★☆★☆★ 풀 정두리 밭에서 김매던 할머니 호미 던지고 혼잣말 한다 \"에구, 무섭게 자라네.\" 누구도 기운 내라고 물 한 모금 뿌려 주거나 응원해 주지 않았다 그냥 업신여기며 이름이 없이 풀, 풀 불렀다는데~ 풀은 자기가 힘이 센 줄도 모르고 무서운 줄도 모르고 산다 ☆★☆★☆★☆★☆★☆★☆★☆★☆★☆★☆★☆★

댓글 1개

강주화 2025. 02. 28. 오전 07:54

즐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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