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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0. 오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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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홍경석 2008. 11. 24. 오후 03:02

나를 움직인 사색의 향기 좋은 글 나이가 지천명의 중늙은이나 되어 가지고 공부라는 걸 시작한 건 단순한 계기가 그 단초였다. 우선은 아이들이 모두 머지않아 대학을 마친다는 안도감이었다. 다음으론 내가 만날 글을 쓰는 블로그와 모 방송매체의 시민기자의 역할에 있어서도 보다 진일보한 글 솜씨를 발휘하고픈 것도 동인(動因)이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은 있었으되 실천을 하기엔 보통 머뭇거려지는 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누구처럼 고졸의 학력도 아닌 터에 어찌 대학을 간단 말이던가. 겨우 초졸의 비루한 학력으로 허구한 날 그야말로 먹고살기에도 버거운 필부의 형편인 터에 기실 대학공부라는 건 그림의 떡(畵中之餠)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 나의 이메일로 사색의 향기에서 아주 좋은 글을 하나 보내주셨다. ‘물처럼 살자’는 글이 바로 그것이었다. 여기에서 물은 아주 연약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물은 앞을 막는 장애물을 만나면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그 앞에서 휘어지고 흩어진다는 교훈을 던졌다. 아울러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면서 자신을 낮추고 내어주기까지 한다고도 하였다. 또한 한없이 약한 것이 물이지만 물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일갈했다. 들판의 푸른 곡식과 나무들이 성장하는 건 바로 물이 자신을 낮추어 땅속에 스며들었기에 가능했다는 부분 또한 큰 반향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구절을 보고 무릎을 딱 쳤다. 그리고 다각도로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나 찾아보면 길은 있었다!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시하고 아울러 고졸 이상의 학력만 겸비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응시할 수 있는 모 사이버대학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주저 없이 응시를 했고 입학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얼추 40년 만에 조우하게 된 공부는 하지만 연일 신나고 신기로우며 내가 살아있음의 어떤 방증이기도 했다. 온라인으로의 주경야독과 더불어 오프라인 수업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그 결과 지난 1학기 성적은 올 A 플러스라는 매우 혁혁한 전과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 여세를 몰아 2학기에도 그에 준하는 성적을 거두고자 각고정려(刻苦精勵) 중이다. 너무도 오랜 세월 빈한과 고통이란 그릇에 담겨져 세상을 원망했었다. 그 질곡의 그릇에서 빠져나오고자 노력하기보다는 ‘내 팔자는 본디 이런 것’ 이라며 스스로를 자학하고 폄훼까지 했다. 그러한 패배주의 관념을 벗어난 건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으며 살아 있는 물은 흘러야 한다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어떤 잠언(箴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랬다. 그건 바로 ‘나를 움직인 한 마디’였다. 우리는 누구라도 생수를 좋아한다. 썩은 물을 먹으면 죽는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은 물이다. 앞으로도 나는 너른 바다를 지향하며 계속 흐를 것이다. 왜? 살아있는 물은 계속 흘러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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