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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작가님의 작품 2

향기지기 2005. 06. 25.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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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밥그릇은 하얀 사기였습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서
아침식사 시간에 모이면 열 두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지금은 달랑 4식구, 그것도 아침에는 세 사람만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식구가 많아서 앉은뱅이 밥상이 몇 개나 있었습니다.
당연히 숟가락, 젓가락, 그릇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 먹을 때는 즐거웠습니다.
거기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비밀은 우리 집 모두
자신의 밥그릇과 국그릇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커다랗고 하얀 사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것은 깨지지 말라고 약간 무겁지만 작은 놋그릇이었습니다.

그릇 몇 개는 아주 똑같이 생겼지만, 할머니와 어머니는 식구 밥그릇과
국그릇을 헷갈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혹, 누군가 부엌에서 할아버지 밥그릇으로 물이라도 떠서 마실라치면
어머니는 펄쩍 뛰었어요. 얼른 다른 그릇에 물을 떠서 내밀면서,
그 그릇을 뺏어들곤 하였습니다.

어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과는 달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숟가락
젓가락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식구들은 할아버지 아버지의
밥그릇은 단순히 그릇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귄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두 분은 우리 가족을 지켜주시는
소중한 가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어머니는 가족들의
밥그릇과 국그릇을 언제나 소중히 다루었던 것입니다.

박종훈의 사발은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는 정겨운 아침 식사시간이 추억으로만 남아있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각자의 그릇은 없어지고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모두가 똑 같은 모양의 그릇을 씁니다.
모양이 똑같아서 네 것, 내 것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그릇이 없어지면서 가족 간의 권위와 애정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릇이 가지고 있던 소중함도 같이 사라진 것이지요.
그릇은 단순히 밥을 담는 것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강아지는 자기 밥그릇이 있습니다.

2005년 6월 25일
임 창섭 (미술평론가)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댓글 21개

하동섭 2005. 07. 01. 오전 12:00

100%동감하며, 그림의 사발 진짜 하나 구해서 책장에 두고 싶네요 어릴적, 밥상의 아버지 숟가락은 제가 챙겼는데, 겨울엔 아버지 밥그릇은 아랫목 이불밑에 묻어두었다가 오시면 내드린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ㅎㅎㅎ

김성근 2013. 01. 09. 오후 07:32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밥그릇은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소중히 다루었습니다..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봉철 2014. 12. 24. 오전 08:56

이쁜 그릇이네요

겨울산 2015. 04. 29. 오전 08:13

사발이라 하지요?

저녁놀 2015. 04. 29. 오후 02:25

좋은 밥그릇 하나, 그것에다 좋은 밥을 담지요.

서윤 2016. 09. 03. 오전 09:41

고전같은 그림이 좋습니다.

림 2016. 09. 05. 오후 05:39

대접 내가 정할 수 가 없는것 같습니다.

김산우 2016. 12. 30. 오후 12:20

국수가 먹고 싶다. 보토 그릇과 무엇과 다르리.

종 2017. 09. 17. 오전 10:32

어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과는 달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숟가락 젓가락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자영 2017. 11. 30. 오후 09:06

거기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비밀은 우리 집 모두 자신의 밥그릇과 국그릇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 2017. 12. 09. 오후 01:03

어릴 적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서 아침식사 시간에 모이면 열 두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김국환 2018. 01. 28. 오후 06:56

예전에는 밥그릇이 사기였죠.

한 2018. 11. 11. 오전 11:15

각자의 그릇이 없어지면서 가족 간의 권위와 애정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윤 2018. 11. 11. 오전 11:19

그릇이 가지고 있던 소중함도 같이 사라진 것이지요. 그릇은 단순히 밥을 담는 것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수동 2018. 12. 27. 오전 10:38

밥그릇은 단순히 그릇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귄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산성 2019. 03. 06. 오전 09:20

모두가 똑 같은 모양의 그릇을 씁니다. 모양이 똑같아서 네 것, 내 것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강석 2020. 07. 21. 오후 08:51

밥을 담는 것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강아지는 자기 밥그릇이 있습니다

임승모 2020. 07. 22. 오전 10:46

식구들과는 달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숟가락 젓가락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동수 2023. 07. 10. 오전 01:12

....

wkdtjd 2023. 08. 15. 오전 12:32

소중함도 같이 사라진 것이지요.

행복이 2025. 04. 15. 오후 03:34

아랫목 이불밑에 묻어두었다가 오시면 내드린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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