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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다리 김밥

사색의향기 2019. 09. 27. 오전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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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뒤통수에 닿은 음성에 흘끔 돌아본 그 얼굴에
우리 집에서 놀다 갈래?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간 내 말이 들러붙었습니다.
아이는 노란 단무지마냥 밝아졌습니다
차려놓은 김밥으로 네 개의 눈이 모여들고
가지런한 것들을 나눠 먹으며
그 애 얼굴이 오목조목 모여 앉은 김밥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네주고 건네받은 한입 크기의 동글동글한 하루를 따라
옆구리 터진 웃음이 문밖으로 새어나갔습니다.


어둑함이 뉘엿뉘엿 찾아드는
우엉 줄기 같은 막다른 길을 돌아나간 먼 시절의 그 아이가 아직
저만치서 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나는 꽁다리가 맛있어
소등한 골목이 한 줄 김밥 같습니다.


사실, 김밥은 제가 말 때가 많았습니다.
맞벌이하는 엄마에게 김밥을 싸달라는 건 사치였습니다.
내가 소풍 가는 날은 맨밥에 계란후라이 하나 덮어가는 경우였고,
동생들 소풍 가는 날은 일찍부터 서툰 솜씨로 김밥을 말아 싸주었습니다.
그때 먹은 꽁다리 김밥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맛있습니다.
이제는 어디서든 사서 먹을 수 있는 김밥.
맑은 가을날, 김밥 싸서 어디든 소풍 가고 싶어집니다.



- 최연수 시인

댓글 7개

강주화 2019. 09. 27. 오전 09:52

아이들이 어렸을땐 소풍때마다 꼬다리김밥으로 온식구가 즐거웠죠~~^_^ 이젠 손주들의 소풍을 기다려야 할까봐요.ㅎㅎ 즐거운 추억으로 이끈 아침편지 ...고맙습니다.

안성훈 2019. 09. 27. 오전 10:28

김밥의 꽁다리는 이상하게 맛있어요 ㅎㅎㅎ

박종영 2019. 09. 27. 오전 10:52

김밥중에서도 제일 맛있는 부분 꽁다리 김밥입니다. 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감사합니다.

오세진 2019. 09. 27. 오후 02:06

김밥 꽁다리만 파는 곳도 있더라구요.

zuro59 2019. 09. 27. 오후 04:19

김밥은 꽁다리가 손이 먼저 가고 더 맛있게 느껴지지요...아. 소풍가던 그시절이 참 그립습니다...좋은 글, 감사드려요^^*

이봉철 2019. 09. 27. 오후 05:59

재미난 이야기 입니다.

김민재 2019. 11. 19. 오전 09:28

꽁다리 김밥도 나름 맛있었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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