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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바싹 마른 멸치 똥을 떼어낸다
그 넓은 바다에서 누가 던진 그물에 걸렸기에
날 비린내를 끌어안고
꼼짝없이 이민 길에 올랐을까
그 어느 그물코에 꿰여 이곳까지 옮겨
머리도 창시도 다 버리고
끓는 냄비 속도 마다치 않고
잡것들과 섞여 온몸 흐무러지게 우려내지만
결국엔 버려지는 몸일 텐데
이끼 무성한 틈새라도 좋다
터를 잡아보려고
낮은 잡풀에도 몸을 낮춘 채
똥줄 타게 달렸다
허풍인 줄 알면서 은빛 비늘 부서져라 웃어줬다
믿기지 않지만 속아줬다
맨 프라이팬에 볶여 소주 안주가 되고서야
불빛도 없는 방에 들어
두 눈 부릅떠 팔딱이는 지느러미를 재운다
- 김미희, 시 '멸치'
작은 몸이 우려내는 국물이 어찌나 깊은지요.
뼈째 바친 몸이 어찌나 고소한지요.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들이 바다의 맛을 품고 왔습니다.
단단하게, 야무지게 오늘을 여미며 그 근성을 음미합니다.
댓글 11개
감사합니다...
약한 비린내, 다양한 맛으로 우리와 함께 지내는 멸치, 정말 고맙다.
작은 몸뚱이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맛이 오늘까지 이어오는 것은 멸치의 희생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의무이고 사명입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먹거리로 생명을 내어주니, 멸치야 고맙다
멸치 없으면 못사는 살림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멸치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창조주를 찬미합니다~~
저도 지난 주일에 와이프와 함께 멸치똥을 떼어냈는데 그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멸치로 끓인 콩나물 국은 명품 콩나물 국이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시간 멸치의 온몸을 바친 헌신이 만든 것이겠지요
멸치는 생선보다는 양념처럼 오랜 세월 그렇게 되었지요^^*
태어나서 처음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멸치는 늘 빠지지 않는 양념으로 조리된 음식이나 말린 모습 그대로를 먹기도 하였지요. 평생 늘 함께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생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작고 맛깔스러운 멸치는 팝콘처럼 중독성이 있는거 같아요.
조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기프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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