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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었다.
텃밭 2004. 08. 04.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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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2004. 08. 04.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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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지금 기억이 맞다면 파리 바게트 옆에 한식집에 풍경이 달려 있을 것이다. 글쎄, 비록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고 해도, 근 일년가까이 걸음을 하지 않았던 지라, 지금도 있을 지, 그 빵집이 파리 바게트인지, 크라운 베이커리인지 조금 자신이 없긴 하다. 그러나 분명 빵집 옆 2층 한식집에는 풍경이 달려 있었다.
작년 초에 남포동 어느 라이브 바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갔다가, 나중에는 알바생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일을 마치곤 심야버스를 타러 대로변으로 갈 때, 그 풍경밑을 지나게 되곤 했다.
비빔밥과 수제비가 주 메뉴인 식당의 그 풍경이 내는 소리란 것은 무척이나 경망스러웠다. 그것도 겨울밤에 생뚱맞게 땡그렁 땡그렁 소리를 내니, 겨울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 걷다가 깜짝 깜짝 놀래곤 했다. 한달정도면 그 풍경소리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두어달이 되어도 나는 절로 '이거 무슨 소리야?' 하게 되었다. 그러면 여지 없이 그 풍경이 땡그렁 땡그렁 거리고 있었다. 맞다... 저거였지.
나는 자연물중에서 바람을 가장 좋아한다. 나와 이야기가 가장 잘 통하는 녀석이다. 서울에서는 내게 말을 거는 녀석이 잘 없었지만, 부산에서는 내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걸을 때, 종종 내 어깨를 두드려주곤 했다. 이건 정말이다. 그리고 내가 기분 좋을 때는, 정말로 함께 기뻐해주며 체육시간 초등학교 운동장에 풀어놓은 애들처럼, 와르르 달려가곤 했다. 잘됐어, 기분좋지? 나도 좋아 하면서 말이다. 이것도 정말이다.
그래서 풍경도 따라 참 좋아했다. 바람이 오고 있다는 전령사 역활을 해주니깐. 내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소리로 내주니깐. 아무리 조용하고 어린 바람도 풍경을 피해가진 못한다. 바람을 소리로 느낀다는 것도 정말 근사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밥집의 풍경소리는 두달 가까이 나를 놀래키게 만들었다. 하루가 하루로 넘어가는 그 시간즈음에 울어대는 풍경소리는 마치, 두부장수나, 엿장수의 그것같았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고, 쓰레기 따라 술에 취한 시체들도 널부러져 있는, 아가씨들의 꺄르르르 뜻도 모를 고성과 남자들의 욕설이 양념처럼 들려오는 시내 거리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이상하게 날 놀래키게 만들었다.
저건 여기서 들을 소리가 아닌데...
하고 말이다.
바람도 풍경 근처만 배회할 뿐, 더러운 토악질과 술냄새 가득한 거리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풍경소리도 바람소리가 되지 못하고, 그저 땡땡거리는 종소리 같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람도 풍경도 모두 거기가 제자리는 아니었다.
간혹 집에 가다 그 풍경을 가만 보고 있는 적이 있곤 했다. 바람을 물삼아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한마리를. 그 풍경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뜬금없이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했고, 당연하게도 살며시 누군가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지금도 풍경을 가지고 싶지만, 당최 도시에서의 삶이란 소리죽여 살아야 하는 탓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이다. 풍경의 소리를 내는 것도 바람, 그것을 공명시켜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도 바람... 나도 이제는 풍경 소리를 내고 사람들에게 청아한 소리를 들려주는 풍경이 되고 싶다. 나 혼자서 허공을 내달리며, 그 허공을 갈랐다고 으시대는 독불장군 바람이 아니라, 풍경을 울릴 때 울릴 줄 아는 바람이 되고 싶다. 지친 그대들이 땀을 흘릴 때, 땀을 닦아주는 풍경소리가 되고 싶다.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할 것같다.
댓글 4개
채원
2004. 08. 04. 오전 12:00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줄 알아라...텃밭님의 글을 읽다보니 운주사의 풍경이 눈에 선하네요. 좋은글 자주 뵙길...
운영자
2004. 08. 04. 오전 12:00
풍경소리.....참으로 아름다운 소리이지요.....바람의 소식도 전해주는...텃밭님....감사합니다...^^*
권 연 수
2004. 08. 08. 오전 12:00
텃밭님,머물다 갑니다.좋은 글 많이 많이 써 주세요...
황수용
2012. 04. 30. 오전 11:30
본듯한 기억이 있습니다. 모르던 것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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