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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이 생기고 백발이 되어야 비로소 행복할 일상
김영록 2004. 08. 26. 오전 12:00
7766
김영록 2004. 08. 26.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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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댓글 1개
지연심
2005. 04. 20. 오전 12:00
나이들어 부부가 산책을 하며 누릴 여유와 한가함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네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식보다 악처가 낳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본인의 부모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한분이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던 날 한쪽은 이를 악물고 참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자식들은 더 고통스러울까 조심스러 항암제 치료를 거부하는데요 한쪽의 배우자는 그것이라도 해서 더 연명해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시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하더구요 평소에는 그렇게 믿다던 반쪽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하니 말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글을 읽으니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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