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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목걸이
은비녀 2005. 05. 30. 오전 12:00
7579
은비녀 2005. 05. 30.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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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먹으러 간 식당 정원에 감나무가 이제 막 감꽃을 떨구고 있다
나에게 감나무는
사시사철 계절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도 하고
마음을 쥐어짜는 아픔의 표상이기도 하고
아련한 향수를 지어내는 노스탤지어같은 존재였다.
전국 어디에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하찮은 나무에 불과한 감나무.
그러나 난 감나무만 보면 그 떫은 맛처럼이나
가슴이 꽈악 매어 온다.
울 안에도 울 밖에도 뒤란에도 앞 개울에도 넓고 여린 잎이 퍼져서 짙은 그늘이 되면
큰 잎들의 사이사이에 숨어 연노란 잎을 수줍게 벌려 피어있던 감꽃,
땅에 떨어져야만 누군가의 눈에 띄었던 감꽃,
발끝에 채이는 마당가에서 노란꽃이 수북히 떨어지면
옆집 재순이 할아버지가 싸리나무를 베어 개울에 담가놓은
그 줄기를 실처럼 한줄기 배껴서 꽃을 꿰었었다.
하나 둘 꿰다가 떨어진것을 잎에 넣고 씹어보면 떫떠름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있었다,
할머니는 피난길에 밀가루에 섞어서 떡도 해 먹었노라고 하셨다
목걸이랑 왕관이랑 종일을 꿰고 꿰어도 감꽃은
뒤란에 늘 하얗게 떨어져 밟히고 꽃 떨어진 자리에는
새악시 볼같은 작은 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여름 밭을 매다가 시원한 물한잔 마실 그늘이 되어주었던 감나무,
가을이면 주먹보다도 더크게 주렁주렁 주황색 골짜기가 되어버리던 내 고향 ,
감나무 가지 끝을 올려다보고 한개 두개 감채로 따다보면 단풍이 든 감나무 잎사이로
가을하늘은 얼마나 푸르던지...
나의 등록금이 되고 엄마의 양식도 되어주고
할아버지의 술 값도 되어주던 탐그런 감들......
늦가을 저녁 찬 바람이 불면 앞개울가에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던 감잎들이 수북히 쌓여
더욱 을시년스런 기분이 들게 해주던 풍경,
이제 그 감나무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모두
뒷산에 묻혀서 사시사철 변해가는 나무의 모습만 내려다보고 계신다,
누군가가 가꾸어주지 않아서 이젠 감도 너무작게 열리고
나무는 고목이되어 가을이 되어도 따기도 어려운 형편이되어 버린 감나무.
그래도 이 봄 묵묵히 싹을 튀우고 꽃을 피우고 감들은 올해에도 그렇게 익어갈 것이다 .
흘쩍 다녀갈 옛주인의 잠시 그늘이 되어주고
말없이 익어가고, 말없이 그자리를 지키는 것이
고향을 버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주인이,
그러나 언제든 그리워할 소임을 다하기라도 하듯이.....
감꽃이 피면 그 나무아래 작은 고무래기들이 앉아서
소곤소곤 목걸이를 만들면서 하던 이야기를 나무는 기억하련만은,
같이 앉아 즐거웠던 동무들은 너무나 먼 길을 떠나 있다.
Goodbye My Love, Goodbye / Demis Roussos
댓글 1개
간이역
2005. 05. 31. 오전 12:00
잃어버린 어릴적 추억을 정감어린 글로 표현하여 매료시키는 은비녀님의 마력에 점점 빠져듭니다... 땅바닦에 떨어져 금이간 홍시를 혓바닥으로 핡고 입으로 빨아먹던 감나무 아래의 기억이 새로와집니다... 좋은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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