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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박여행 *

유민자 2005. 06. 12.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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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 여행


  맑은 하늘이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우리는 소녀처럼 두 손을 잡고 부끄럼 없이 함께 뛰고 있었다. 출발시각이 다가오건만 시청 앞 출발장소를 찾지 못해 지나치는 행인에게 묻고 또 물어보며 지하철안을 맴돌았다. 이마에서부터 등줄기까지 땀이 흐르고 있는 서로를 느끼며 웃고 있었다.
고교동창으로 절친한 벗인 우리는 함께 떠나는 '보성 차밭의 무박여행길',그 낯선 동행 갈을 마련한 작은 용기가 처음부터 실수이었음을 출발지 찾기부터 예감하는 듯했다. 무박의 버스에서 좁은 의자가 많이도 불편했지만 오랜만의 여행길의 설레임으로 우리는  지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벽5시경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우리 일행은 해수 탕으로 향했다. 해수 탕 안에서의 잊을 수 없는 정경을 기억한다. 짙은 초록빛 물감을 탄 듯한 녹차 탕 안에 몸을 담그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는데 탕안 유리 창 밖의 정경이 나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들어왔다.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채가 우리의 마음가득 행복을 담아주고 있었다. 저녁노을 빛을 닮은 듯한 황금빛의 해돋이의 정경이 나뭇가지와 어우러진 모습으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발가벗은 자연인이 되어 바라본 바닷가 물결, 그 물결을 꿇고 오른 아침 해의 모습은 자연이 나에게 주는 그날의 첫 선물이었다. 밤 버스 안에서의 피곤을 느꼈던 온몸이 해수 탕 덕분에 따스한 온기가 내 몸을 감싸주었다. 
 찻 밭으로 가는 길은 밀렸다. 기사는  웃는 모습으로 다음 코스의 특색을 설명하다말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자청을 했다.  조용한 노래나 틀어주시지 하는 원망을 하려는데 잔잔한 목소리가 신기하게 들려왔다. 상상하던 차안에서의 기사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위기 있는 어느 카페에 앉아 있는 듯 했다.  ‘그리운 얼굴, 창밖에 있는 그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천년 바위 그리고 팝송까지..’ 내가 신청 곡을 적어낸 듯 아는 노래가 이어졌다. 더 불러도 괜찮은지 기사님이 반문을 하신다. 모두들 나처럼 분위기 있는 어느 카페에 앉아있는 듯 밀리는 찻길의 지루함을 잊고 있었다.
누구든지 환하게 웃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내 주변에서 웃어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지금의 자리에 감사한 마음이 느껴왔다. 마음의 여유를 지닌 사람은 여행을 하러온 우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주는 기사님이었다. 기사의 노래를 들으며 대한다원 보성 차밭에 도착하니, 사진으로만 보던 가지런한 간격의 드넓은 차밭이 내 눈앞에 펼쳐 있었다. 운동코스인양 늘어선 삼나무를 지나 차밭의 꼭대기까지 오르며 신세대의 다른 이들의 사진 폼을 보며 흉내도 내보고 부끄러움을 잊은 채 깔깔거렸다.  
예전의 소녀 흉내를 내는 우리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맑은 날씨덕분에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차밭의 연두 초록의 빛들이 다정한 시선으로  우리의 온몸을 비추어 주고 있어 마음의 상큼함으로 다가섰다. 차밭을 내려오며 먹어본 녹차와 녹차아이스크림은 지금도한번 더 시음하고 싶다.
다음코스는 낙양읍성의 민속마을이었는데 지금의 우리 나이의 정서와 흡사해 보였다. 세월의 흔적을 느끼는 성곽주변 그리고 초가지붕과 돌담들, 옛것들을 재연시킨 양반 집들의 모습들에서 옛사람의 숨결이 전해오는 듯했다. 돌담사이 사이마다 넝쿨 나팔꽃 사루비아 부처꽃  애기똥 풀 별개미취 봉숭아 꽃 그리고 이름을 명명할 수 없는 들꽃들이 많이도 피어 있었다. 친구와 나는 초가지붕아래 피어있는 우리네 손톱을 물들이며 기쁨과 추억을 안겨주는 봉숭아꽃의 무리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예쁘게 핀 꽃 옆에 있으면 우리도 예쁜 모습을 닮는 듯 사진기를 마구 누르며 마음껏 오늘 하루를 즐겨 보았다. 모이라는 시간이 남은 듯하여 서성이는데 굵은 밧줄로 만들어진 민속 그네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가 우리의 시선으로 들어 왔다. 우린 서로의 눈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타보자! 타자!” 어린아이를 흉내내며 각자 타보다가 “우리 함께 타보자!” 외쳤다. 그네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듯 밀고 당기며 웃으며 시계를 보니 아.. 시간이 너무 흘러갔다. 아침의 시작처럼  뛰기 시작했다. 처음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처럼 작은 실수를 하나 더하지 않기 위해 뛰었지만  마지막으로 도착 한 것 같았다. 점심시간에는 맛도 좋은 갓김치 도토리묵 해물 전 인심 후한 아줌마덕분에 동행인 모두가 기분 좋은 식사를 한 듯 했다. ‘아줌마, 조금만 팔지요?  '갓김치가 너무 맛나요.’ 인심후한 아줌마 덕에 난 돈은 조금 건내고 갓김치 한 아름을 들고 웃을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사적 명승인 선암사에 올랐다.
  선암사는 조계산(884 M)에 자리잡은 한국적인 절의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한 천년의 고찰로 대표적인 명찰이라고 한다. 보물인 삼층석탑고려 문종의 네째 아들로 출가한 대각국사(大覺國師) 진영(眞影)이 모셔져 있었고, 선암사의 강선루를 지나 처음 들어서는 문인 '일주문'이 있었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은 '중창주 대각국사 탄신 기념 다례 및 만등 불사' 행사로 노스님, 큰 스님들, 많은 스님께서 대웅전에 계셨고, 바라 춤을 추시는 스님의 모습 을 직접 볼 행운을 누리며 경건함을 잠시 잊고 사진을 담아올 수 있었다. 호젓함이 좋아 들르던 사원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잠시 조용해 보이는 공간에서 오늘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선암사에 오르기 전 동행인들 모두에게 '내려오면서 흐르는 숲 속 냇물에 발을 담그어 보세요. 너무 좋아요.“ ”꼭 예정시간을 지켜야합니다. 돌아가는 기차시간을 맞추어야 해요!  두고 갑니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기사의 말이 떠올려졌다.
  흐르는 물에 첨벙 발을 담가 보니 처음엔 얼음물인 양 차디차던 물이 조금 참고 인내하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발 안마를 받은 듯 산뜻한 기분이 되어 온 몸의 피곤함이 사라져 시간을 또 잠시 잊었다. 가까운  남은 거리가 먼 거리로 느끼며 작은 실수를 하나 싶어서 또 뛰고 달렸다. 아마도 오늘은  고교시절  100m달리기 시험을 보는 날 기분으로 힘껏 달려본 듯했다.  달려와 버스에 몸을 실으니 우리가 꼴찌로 차에 올라 쓴 웃음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는 남원 역에서 관광버스가 아닌 기차로 갈아타 의자에 등을 기대어 남은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며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벗과 우연한 기회에 다녀온 무박 2일의 여행길, 작은 용기로 다녀온 오늘의 작은 인연에 감사한다. 삶에 있어서 실천해 보는 작은 용기는 다양한 경험의 세계를 만들어준다. 스스로에게 밝은 미래의 빛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꿈꿀 수 있는 작은 여행 하나에 힘입어 다른 여행을 또 꿈꾸게 한다. 꿈은 또 다른 꿈을 낳게 한다. 작은 꿈의 실천이 큰 꿈을 갖게 한다. 보성차밭의 무박여행은 내게 영혼으로의 긴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용기를 줄 것으로 나는 믿는다.
끝없는 사막과도 같은 정신세계로의 탐색의 여행, 신기루를 찾아 떠나는 문학의 여행을 꿈꾸게 한다. 그런데도 지금 출발점에서 두려워지는 것은 왜일까? 
*한국수필 2005년 1월 2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부족한 글에 지루함을 피하려 영상을 넣으려했는데... Photoshop 배운 것을 모두 잊었나 봅니다.
  조금 작은 영상으로 수정도 하고 다른 스님영상을 하나 더 넣으려다 ...이렇게 큰 영상이 되었는데....^&^
  
글  영상 / 유민자  

댓글 2개

운영자 2005. 06. 13. 오전 12:00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간만 난다면 획 가보고 싶은데.... 잘 보았습니다...^^*

어린꿈 2005. 06. 13. 오전 12:00

좋은 여행이 되셧지요. 찌든 삶에 지친 저희 집사람도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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