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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꿈 그리고 변화의 꽃 *
유민자 2005. 06. 19.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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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자 2005. 06. 19.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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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거리며 저절로 눈길이 간다. 소담스러워 한번쯤 매만지며 손길이 간다. 하나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한송이를 이룬 몸짓에 향기가 난다. 꽃들이 흰빛덩이로 피어 커다란 군락을 이루어내고 있다. 나는 함께 피어 있는 모습에 반하여 '무슨 꽃인가?'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수국인걸요..꽃말도 색상도 다양한 수국인걸요. 너무많이 변화하는 색상덕분에 꽃말도 많아요.' '수국 아닌데...아,수국 맞구나.' 수국의 흰 색은 '절개없는 여인'과 같다하여 변하기 쉬운 마음이고 하늘색은 '냉담'이고 분홍색은 '소녀의 꿈' 이라했는데...
꽃의 마음을 닮은 아침이다. 정겨운 음성으로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잘 지내지? ..말을 조심해야지..가려서해야지..' .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높고 단아한 음성이지만 이미 마음을 다친 톤이 들어간 화(禍)가 느껴왔다. 할머니는 왜?라는 반문보다는 '구설수에 휘말릴까' 걱정하는 말투임을 알 수 있었다. 말의 선한 꼬리가 여우의 꼬리를 닮아가는 세상이다. 말이 여우마냥 꼬리를 달고 신기루를 타듯 요사스럽게 흐른다. '잠시전 동네 분과 작은 봉사를 위한 안부전화를 먼저해 의견충돌없이 웃으며 끊었었다. 전화의 목소리가 '허세가 있었나?' 스스로에게 반문을 한다.
난 갑자기 흰색의 수국을 마음 변한 사람에게 주어 '항의의 마음을 전달해보면 어떨까?'싶어졌다.
할머니는 변명을 하려는 나를 향해 말없이 있으라는 충언을 하신다. 꾸며진 대사에 꼬리를 달고 들려온 이야기에 하나의 교훈을 주려는 듯 했다. 할머니의 사랑이 또 다른 하나의 실수를 줄이는 급한 마음을 가르친다. 작은 봉사가 몸에 배인 할머니는 오해는 침묵안에 숨겨진다고 강조를 거듭하신다. 변명은 길고 악한 냄새를 풍기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할머니을 많이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 빌라 노인회 회장님이신 할머니 연세는 70살이지만 표정은 7살 천진스러움을 지니신 분이다. 하루는 방앗간에서 갓 빼오신 따끈한 가래떡 몇 뭉치 그리고 김을 탁자에 놓아두시고 많은 사람들을 부르셨다. '묵은 쌀이 남아서 방앗간에 갔다 왔어. 이렇게 가래떡을 김을 말아 먹어봐. 맛있어,입맛이 돌아' '한뭉치씩 집에 가져가서 나누어 먹어' 두런 두런 동네 빌라 주변이야기를 하시는 표정이 무척이나 밝다. 자신의 일만 밝히는 우리세대의 귀감이신 할머님. 소외당하는 청소부 아줌마 수위 아저씨 그리고 관리실분들 떡까지 나누어 주신다. 우리가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먼저 드려야하는데 또 받는 마음이 무안하기만 하다.
늘 바쁘신 분이시기에 또 어디 가시냐고 물으면 웃으신다.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계시는 듯 두손을 합장을 하신채 수줍은 듯 나보다 먼저 밝게 웃기만 하신다.오랜만에 나에게 부탁을 하신다. '구민회관 방향으로 가면 내려주고 가!' 배려는 잘하시면서 다른이에게 폐가 되는 일은 아니하시는 분이시기에 반가운 마음에 선뜻 '네..가요'를 반복하며 어린 양을 부리듯 나도 따라 웃는다.
구민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시며 봉사를 하신지도 10년세월이 있으신 듯하다. 며칠전 동사무소 신임동장님이 우리동네 노인회에 쌀 20kg을 가지고 인사차 방문을 했었다. 그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누님! '하며 살가운 표정으로 두손을 마주한다. '국회의원님도 누님하려나..?' 유명하신 할머니시다. 바깥활동을 싫어하셨던 할머니의 남편이 6개월전 세상을 뜨셨다. 나는 혹여나 마음의 큰 힘인 한분을 잃으셨지만 편한 마음으로 마음껏 봉사의 길로 본인의 몸이 상할까 걱정이 앞선다.
할머니를 오늘도 또 뵈었다.'나한테만은 늘 아무말이나 해도 돼' 다른사람들에게는 '쉿! 쉬~잇!' 하시며 검지손가락 하나를 입으로 가져가신다. 이렇게 고개를 숙이며 살아가시는 행동에서도 구설수가 많이 있었다고 하시며 살포시 눈짓을 하신다.
오늘은 나에게 닥친 작은 구설수 하나로 할머니의 지혜를 몸에 담았다. 변명보다 침묵을 먼저 보며 살아온 닮고 싶은 한사람. 먼저 직접 실천하며 봉사하시는 할머니. 내가 그분처럼 나이를 들고싶은 70세의 아줌마의 모습을 한 할머니. 그 어떤 쉬운 부탁을 나에게 하는 모습에서도 겸손이 보이는 할머니. 얼마전 불의에 항거하는 시청앞 광장에서 하는 시위에도 참석해 본 할머니. '혹, T.V.9시 뉴스에 머리에 빨간 띠 두른 나 못보았나?' 하며 밝게 웃는 할머니. 구민회관에서 사회봉사를 하며 오히려 즐거움을 받는 할머니. 나를 보며 딸 하자며 마음이 곱다며 추켜주시는 할머니. 그분에게서 등에 비추이는 따사로운 햇살을 느껴보았다.
내 기분에 따라 선한 어원의 말도 뉘앙스가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변형 되어간다. 나이가 보인다며 마음이 허허롭다며 울컥하는 빈 마음들이 있다. 깨어있는 삶의 유한성을 만들고 계신 할머니를 마주하며 마냥 부끄럽고 내일로 미루기만 하던 것들에 용기를 받는다. 나는 발빠르게 변화 되어가는 오늘의 물결에 가끔은 한 박자 늦게 세상배에 옮겨탄다. 한해 두해 먹는 나이는 복잡한 마음을 지나 단순화 물결을 환호하며 세월을 먹는다.
따뜻한 마음소리가 할머니의 바쁜 발자국 소리에서 난다.
나이가 들어 다리가 아프시다면서 전체 빌라 할머니 할아버지 20분을 모셔놓고 점심접대를 준비하시는 손길로 또 분망하시다. 할머니는 지는 꽃이 피어나는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쉼없이 실천한다. 소녀의 꿈을 이루어내는 분홍빛 수국이 할머니인 듯 느껴진다.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는 모습이 꽃을 닮아있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수국은 변화를 거듭하며 다시 태어나는 꽃. 칠면조처럼 환경에 따라 변하는 꽃인 일명 칠변화라고도 하는 수국(水菊). 처음에는 희다가 분홍색 또는 붉은색으로 되기도 하고, 하늘색·청색으로도 된다. 이렇게 꽃잎의 변화가 심한 이유는 토양의 산도 때문이다. 토양이 중성이면 흰색이지만, 산성이면 청색으로,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꽃 주위에 명반(백반)을 묻어두고 물을 주면 흰색이던 꽃색이 청색으로 변하고, 또 잿물이나 석고가루를 뿌리고 물을 주면 분홍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변덕을 부려도 늘 예쁜 자태를 반복하는 꽃색인 수국.
수국은 왜 이렇게 많은 변화를 이루며 일생을 살아갈까 ?
그는 긴 세월의 시간을 간직한 듯 추억의 시간을 송이 송이에 메달은 화합의 꽃송이다.
70살의 할머니는 지금도 알록달록 자신의 색채를 입는 변화의 꽃이다.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오늘은 나도 내주위에 잿물을 주고 관찰일기를 쓰며 찬찬한 나를 칭찬해야지...
내일은 또 명반을 묻고 물을 흠씬 주고 나를 성장시켜야지...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칠변화를 만들어내는 변화의 꽃 흉내를 내야지...
영상/ 못골 -토시마엔 수국축제포함
글 /유민자
댓글 2개
꿈꾸는어린왕자
2005. 06. 20. 오전 12:00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관찰력과 관찰일기처럼 쓰인 글들...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유민자
2005. 06. 25. 오전 12:00
빈말이라도 맛좋은 칭찬은 오늘의 힘인 듯 느껴져요. 자심감이 없을 때 스스로를 칭찬해도 마음이 따뜻해와요. 아,이 글이 관찰일기 닮았다는 왕자님 말씀에.. 소중한 언어 '관찰일기' 마지막연에 삽입을 했어요...^&^ 사랑스런 언어에 삶의 향기가 전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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