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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수필] 창문 (BLUE DAY)

최인구 2005. 08. 10.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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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문 (BLUE DAY)

어제 우리가 함께 아이보리 색으로 색칠한 창문가 사이로

아침햇살이 스며 들어옵니다.

포근히 잠든 그녀가 뭐가 그리도 샘이 나는지

그녀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아침햇살이 얄밉지만 귀엽게 봐주라며

옆에 있는 짝꿍이 기지개를 펴며 눈인사를 합니다.

나는 오늘도 내 짝꿍을 위해 한 발자국 앞서 아이보리색 창문을 열고

상쾌한 아침 바다내음이 우리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얼마나 맛있게 잤는지 그녀의 머릿결이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귀엽고 깜찍하게만 보이는 짝꿍입니다.

오늘은 섬진강 벗 꽃 십리 길을 지나 쌍계사 계곡으로 봄나들이 가기로 한 날입니다.

내 짝꿍은 아침부터 김밥이며, 샌드위치이며 도시락을 싼다고 야단입니다.

조금은 불안해보여 살짝 옆에 다가가 '도와줄까' 물으니

쌍꺼풀 없는 눈으로 저를 살짝 흘겨 보고는 두 팔로 내 목을 감싸며

'고마워' 하고 재롱을 떱니다.

나들이 채비를 해서 벗 꽃 십리 길을 지나자니, 옆에 자리 잡은 섬진강에서는

재첩 잡이가 한창이고, 배 밭에는 가족끼리 나와 올 한 해 풍작을 위해

열매마다 종이옷을 곱게도 입히고 있습니다.

토지라는 드라마의 주무대인 최참판댁을 지나

화개장터로 들어서니 오늘이 마침 오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하동 사람 구례 사람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 한사바리에

농사일이며, 자식자랑 얘기며 수다가 한창 입니다.

벗 꽃 십리 길에 절정인 쌍계사로 가는 시골길로 접어드니

벗 꽃 들이 만발하여 마치 뚜껑 없는 터널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지나가라 맞이합니다.

옆 좌석에 않은 짝꿍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우와~ 하고

봄 의 화사한 경치를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

그녀의 미소에 나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속사였는데 그녀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적한 계곡 한 모퉁이에 자리를 틀고 맛있게 도시락을 먹고 나니

식곤증이 나를 그녀의 무릎위로 쓰러지게 만듭니다.

한 시간쯤 자고 눈을 뜨니 짝꿍은 내 눈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시간 내내 이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속으로는 미안하고 고마웠지만 '뭘 보노' 한 마디하고 일어나서

쌍계사 대웅전으로 향했습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온 김에 부처님에게 인사는 하고 가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불전 앞에 다가가 짝꿍과 함께 합장을 해보이며

부처님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하고 뒤 돌아 서려 하는데

불현듯 부처님이 나를 부르며 너가 바라는

'한가지 소원만 빌어보아라' 하고 말씀하시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셨습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돈, 명예, 성공 등

하지만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소원을 빌었습니다.

' 매일 아침 그녀를 위해 창문을 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글 / 최인구

댓글 2개

사랑은 2005. 08. 10. 오전 12:00

정말 동화같은 사랑이군요, 가끔 현실로 그런사랑을 하기를 사람들은 꿈꾸겠죠? 우리네 팍팍한 삶에 아름다운 사랑으로 가득찿으면 합니다.글을읽고 마음이 사랑하고 싶군요. 순수한 동화같은사랑을요, 잘읽었습니다.

realad 2005. 08. 29. 오전 12:00

누구나 꿈꾸면서도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듯한 참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네요. 부럽고 해보고 싶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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