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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열기를 감싸 안으며 *

유민자 2005. 08. 14.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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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가 승리를 하고 있었다. 비좁은 뜰에 고운 꽃의 조화를 위해 잡초를 그냥 두었었다. 쉼없이 솟구쳐 오르는 모양에 '아, 또 잡초!... ' 잡풀들은 신기하게도 뿌리 채 뽑아 제자리에 두어도 어느 새 다시 피어 있다.  고운 매무새의 다른 꽃들이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지친 듯 말이 없다. 고소한 깻잎향기가 고개를 숙여 잡풀들을 마구 뽑고 있는데 코 끝을 맴돈다.  깻잎은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큰 나무 사이로 여기저기 흩어져 작고 큰 잎을 이루고 있다.
조그마한 뜰을 정리를 했지만 여름열기 덕에 얼굴 전체가 물방울이다. 작은 노력의 힘에 이제는 빈 땅에 깔린 돌나물이 보였다. 내 땀방울이 빈 땅에 빈 마음을 채우며 땅에 마구 떨어진다. 큰 키인 잡풀에 눌렸던 잔잔한 꽃들이 기지개를 켜 듯 나를 반기는 듯 하다. 보름전에 무심코 싹난 고구마 하나를 구석 땅에 박아 놓았더니 잎이 무성하다. 땅은 말을 하며 외치는 듯하다.  자연스러이 찾아드는 식물들이 반갑다고...
뜰에 기름진 땅을 만들기 위해 들기름을 뺀 들깻묵 한덩이를 묻는다.  또 다시 근성이 강한 잡풀은 작은 모습으로 숨었다가  얼굴을 들이밀겠지...땅의 조화인 자연세상을 보며  삶의 조화를 이룬 인간 세상을 읽는다.
내 손에 뽑혀 누운 잡초 모습이 불멸이 아닌 인간의 삶과 같다. 잡초에게는 뿌리근성을 닮고 꽃들에게서는 남을 위해 피고 지는 지고지순을 닮아내야 하나?



  고운 자태를 자랑하던 미인도 늙어간다. 아무리 건강해도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을 맞이한다. 사랑하는 자식 형제가 많아도 언젠가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채 헤어진다. 우리들은 고운 빛의 보석이 재산가치를 발휘하지만 삶이 이루어 놓은 적고 많은 재산들을 두고 세상품을 떠나  무일푼인 채로 하늘 문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할수 없는 것들을 향해서 아우성을 쳐도 모두 같은 길을 향한다. 해야 할 것과 비켜나가야 할 것 그리고 시간의 흐름속에 자연스러이 지혜를 익힌다. 내 몸짓이 해야할 것을 비켜가며 숨는다면 스스로 이루어낸 삶의 동화성곽은 무너지겠지. 희망은 절망의 그늘에서 어렵게 피어날수록 세상 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춤을 춘다.
뜰에 애벌레 몇마리가 눈에 띤다. 신발 바닥으로 죽이고 나니 또 눈에 보인다. 왜일까?  장독뚜껑을 열어보니 맛난 된장이 문제를 일으켰다. 작고 큰 애벌레가 된장과 뒹군다. 애벌레가 내몸에 달라붙어 나를 끌어 당기 듯 스물거리지만 무성의하게 보관한 나의 부주의에 고개를 떨군다. 노랗게 보이는 맛난 콩알이 내게 말을 하는 듯 하다. 장독에 담긴 콩알들이 '내년엔 사먹을까?' 생각하며 눈살을 구기는 나를 향해 정성을 들인 된장을 꼭 담그라 채찍질한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청소를 시작하는데 날벌레들이 날아 다닌다. 나는 손바닥으로 날벌레 한 마리를 한 방에 잡았다고 '오, 예...!' 하며 자랑스러워했더니, 아이들은 내 몸짓에 '울 엄마 잔인 한걸' 한다. 나도 예전엔 아주 작은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한 채 소리만 질러대는 여린 소녀였는데, 이제는 아이들 보호차원에서 무심코 작은 생명을 짓밟으며 강인한 여인의 모습으로 나이를 채워간다. 하지만 가끔씩 집안에서도 보이는 귀뚜라미는 필사의 노력으로  해방을 시켜주며 땅인 자기세상에서 살라고 보내준다. 벌레들이 습한 날씨 탓인지 때때로 한 식구가 되어 나를 종종걸음을 하게 만든다. 
작은 벌레는 왜 또 날아다니는 걸까? 농사를 지어 친척이 보내준 이천 쌀이 장마철에 습했는지 애벌레가 날벌레가 되어 여기저기 날고 있었다. 난 잠시 생각하다 쌀벌레들를 죽이는 나눔의 지혜를 떠올렸다. 쌀 두말 가량을 다 부어다 씻어 무거워 끙끙거리며 방앗간으로 향했다. 가래떡 한 말 과 백설기 한 말을 해와서 좋은 사람들과 떡 잔치를 했다.
떡을 돌리며 배려를 하는것이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떡을 받는 사람은 비록 한덩이 떡이지만 여러명을 돌리니 시간정성이 들고 발품도 많이 들었다.  김이 오르며 따뜻한 백설기 상자는 어느덧 바닥을 보이며 동이 났다. 다음날, 기억속에 감사했던 분들에게 다 드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주어야 할 사람을 잊어 조금 남은 내 몫마져 꺼내 주었다. 방앗간에 꾸그리고 앉아 햇콩을 까서 넣은 정성 덕인지 더욱 맛깔스럽다고 모두 한 마음으로 감사의 시선을 보내온다. 
서로에게 보이는 좋은 눈짓은 옹말졸망 살아내는 정겨운 나무그늘을 만들어 낸다.
 
  어느새 입추도 지났지만 여름열기가 아직은 엄살을 떠는 나를 향해 비웃듯 흔들어 댄다. 칠월칠석날. 소나기성 비인 폭우가 내렸다. 은하수 양끝에 살고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이 1년에 한번 만난다던 칠월 칠석 날. 가로막은 은하수를 까마귀와 까치들이 머리를 맞대어 다리를 놓아준다고 했는데...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못해 그리도 많이 울어 큰비가 왔었나? 한번 만남의 그리움이 사무쳐 울며 천둥마져 데리고 왔을까? 사랑신도 너무 덥다고 심술을 부려 시샘을 심각하게 했나?
날씨가 좋으면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빨아서 햇볕에 널어 말린 다는 칠석 날. 책도 들고 나와 햇볕에 말리고 바람을 쏘여 칠석날 옷과 책을 말리면 일년 내내 좀을 먹거나 상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내년 칠석날 햇살을 기다려 나도 따라 시행을 해보야지. 이 날 저녁에 처녀들은 바느질 솜씨가 늘길 빌고, 선비와 학동들은 두 별을 제목으로 시를 지으면 문장을 잘 짓게 된다고 하여 시를 지었고, 또 부녀자들은 우물을 깨끗이 치우고 떡을 해서 칠성제나 칠석제를 지내 집안과 자녀를 위해 빌었다고 한다.
아, 난 커다란 실수를 했다.  나도 신심을 믿고 칠석 날에 두 별을 제목으로 시 한편 써 볼 것을.....
 무르익은 열풍이 부는 날,  여름기운들이 빠르게 물러가기를 빌며 시간 놀이를 했다. 올 여름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유독 온 몸으로 열기와 벗을 삼았다. 지금, 뜰에서 이름모를 벌레에 물렸는지 팔과 다리가 붉은 반점인 꽃이 피어 가렵지만, 오늘이 사랑스럽다.
나의 게으름과의 한판 승부로 여름열기를 감싸안으며 지나간다. 정성을 들이는 삶 그리고 나눔으로 빛을 만들어 내는 삶을 눈짓과 몸짓으로 배워간다. 반성을 해야할 것들이 내가 나를 알아가며 무성한 숲을 이룬다. 코스모스를 반기며 그리운 친구인양 턱을 고이며 가을을 기다린다.

가을은 자연세상의 이치를 풍요롭게 가르치려 이내 다가오겠지...




글 / 유민자

슈베르트 / Serenade 연주곡

댓글 1개

구름 2005. 08. 16. 오전 12:0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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