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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보고 걷기

김봉길 2005. 08. 18.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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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보고 걷기



아, 땅을 보고 걷고 싶어.

하늘은 물론 좋지.

나무를 산을 보고 걷는 것도 좋아 더 할 나위 없이.


후후, 사람을 보고 걷는 게 제일 우스꽝스러워.

아픈 곳 투성이 사람들이란 괜히 으스대는 본능이 있다니까.

제 아무리 마음 같은 걸 비웠다고 하지만,

끝내 으스대는 걸 어쩌겠어.

뭐, 아픈 곳을 덜 아파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느낌으로 숨을 쉬고 싶다는데 어쩌겠냐는 거야.

그래서 사람 보고 걷는 게 우스워.

그 중에서 얼굴 보고 걷는 일이 먼저 못마땅해.

내 얼굴에도 저렇게

아니라는 듯

또는 

이것만 보란 듯

으쓱거리는 자국들이 불거져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자주 발끝이거나 손끝

아니면 가슴 같은 데를 보고 다니려고 노력해.

그래야 내 얼굴이 조금이라도 덜 우스워 보이는 거 아니겠어.

덜 우습다며 으스대지 않는 걸 느껴보고 싶은 거.


저기 좀 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땅과 하늘 번갈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이.

댓글 2개

余宣 2005. 08. 21. 오전 12:00

나는 산을 보고 걷는 게 좋다. 나무를 보고 걷는 게 좋다. 오르면 내려오게 되어 있음을 알게 하는 산을 닮고 싶어서이고 푸른 뒤 낙엽으로 물들 줄 아는 나뭇잎을 닮고 싶어서이다. <저기 좀 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다. 그런데 있을 리가 없겠지요?

김봉길 2005. 08. 21. 오전 12:00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뚝 떼어 발치 멀리 던져놓고 문득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리라 느껴지는 늦여름입니다. 시간마다 달라진 자신을 확인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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