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운전면허증 혹은 생존면허증
운전면허증 혹은 생존면허증
처음 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5년 전이었다.
강서 면허시험장에 갔었던 것은.
오늘 두 번째 면허 갱신을 하고 가는 길이다.
운전할 수 있는 면허처럼
살아갈 수 있는 면허증을 교부해 준다는 일은
우리에게 얼마나 살아 있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 줄 수 있을까?
생존면허증.
우리는 서로 생존면허증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친구들이 그렇고,
친척들이 그렇고,
직장 혹은 동네 사람들이 그렇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라든지,
우연히 만나 인사를 한다든지,
편지를 주고받는다든지,
혼자일 때 사물에게 느낌을 주고받는다든지 하는 것 등등이
어쩌면 살아있기 위한 힘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면허증 교부와도 같이 느껴진다.
그 자격증은 온도계와 같아서
그 횟수가 적어지면 그럴수록 생존면허증지수는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지면 살아있는 건지
죽어야 하는 건지
먹어야 하는 건지
지금 자야하는 건지
그 모두를 깨끗한 종이에 나누어 놓고 볼 수 없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생존면허증을 쉽게 교부받는 지름길이 아닐까?
그것도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
더없이 ‘즐거운표생존면허증’이 생기는 것이리라.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모두 지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확인해 줄 수 있다면
아마도 ‘자동연장생존면허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문제는
나에게 좋게 대해주는 사람만 좋아하고 있는 것.
그러니 노력하면 운전면허증 받듯이
생존면허증을 누군가에게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한다.
오락가락하는 사람 사랑의 기쁨과 슬픔으로
그 어지러움에 휘청거리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결국 지쳐 쓰러지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달리게 된다.
지금 느끼고 있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산이거나
바다거나 하늘의 움직임 앞에
그저 숨 한 번 쉬듯 잠깐 아픔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그러기를 수없이 되풀이 하며
땅이거나 구름이거나 들판이거나
그 한 쪽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 ‘자연’ 속에 사람도 포함시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또 아닐까.
그 사람을 통해 나도 ‘자연’ 속에 있구나, 라는
‘평생생존면허증’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운전면허증을 바꾸러 가는 길은
유난히 버스가 밀리고 서로 먼지를 뿜어대는 비포장 도로였다.
기다란 줄의 끝 그림자를 따라가다가 바꾼
새 운전면허증엔 다음 바꾸어야 시기가 적혀있었다.
숫자를 보고 나니,
나도 저들처럼 이것이라도 먼저 가지고 있어 마음 뿌듯하다.
생존면허증 연장 시기 숫자라도 본 것처럼.
운전면허증을 뒤집어 본다.
아, 맞아.
여기에 새로이 내가 좋아하는 숫자를 써넣자.
어떤 숫자를 쓸까.
처음 써보는 건데 어떤 숫자가 나에게 어울릴까?
내가 좋아하는 숫자는 1과 0밖에 없는데.
생존면허를 위한 숫자는 좋은 것과 나쁜 것 밖에 없는데.
이 세상은 좋은 것과 나쁜 것 밖에 없듯이.
(1997.9)
댓글 1개
어쩌면 생존해 있다는 것은 운전면허증을 바꾸러 가는 길처럼 유난히 버스가 밀리고 서로 먼지를 뿜어대는 비포장길일 수도 있지요. 그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돌 하나와 들꽃 한 송이와 입맞춤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건강한 생존 면허증으로 교부받으셨겠지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