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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 퍼가기

박종영 2005. 09. 17.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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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 퍼가기
쌀독을 열면
새벽이 서둘러 달아나고
하얀 눈들이 몰래 숨죽이는 소리
퍼가기를 싫어하는 자잘한 생명체가
한줌 손안에 담아보니 그리움 느낀 듯
이렇게 따스할 수 없습니다.
무딘 질그릇 독에 갇혀 있었어도
푸념이 없었던 것은
언제나 넓은 들판의 풍요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입니다.
하얀 웃음으로 나서는 낱알의 고마움은
가냘픈 생명을 살찌게 하는 일입니다 .
검은 빛으로 텅 빈 쌀독을 박박 긁어봅니다.
보릿고개 너머 묵정밭 일구시던
바위 같은 아버지의 거친 숨결을 퍼 올립니다.
달빛 꿈과 사랑으로 안아주던
어머니의 거북손을 잡아 올립니다.
어둠의 곳간 가장자리
묵묵히 세월을 셈하며 지켜준
찰흙 가루 쌀독의 반질한 얼굴에
태곳적 창연한 윤기가 흐릅니다.
허기진 세월 닫으려 무거운 뚜껑을 덮어줍니다.
쨍그랑하게 울려오며
먼 전설처럼 그렇게
울창한 숲을 가득 채우라 합니다.
글/박종영

댓글 1개

余宣 2005. 09. 19. 오전 12:00

크기로 보나 무게로 보나 쌀 한 톨만 본다면 별것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한톨이 가지고 있는 크기와 무게는 대단하지요. 부모님(또는 사람)의 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쌀은 곧 생명이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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