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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차이
죽음의 차이
글 / 유태복
때는 이천년 시월 스무 이틀 날
상부 웃어른께서 한양으로 입성하라는 전갈을 듣고(제목은 전국직원 단합체육대회) 불이야 불이야 항공편을 예약 하였으나 주말이라 좌석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매일 업무상 만나는 국제선 직원에게 부탁해서 겨우 왕복 좌석을 OK받고 나니 그래도 공항에 23년간 근무하는 보람도 있었다.
토요 저녁 근무를 마치자마자 바로 밑에 직원에게 마무리 작업을 맡기고 나는 얼른 동문재래시장 회집으로 오토바이를 돌렸다.
'아주망(아주머니) 이거 한 마리에 얼마 꽝?(얼마입니까?) 호썰 싸게 줌서.'(좀 싸게 주세요)
하고 광어 한 마리 방어 한 마리를 26,000원에 사고 '아주망 잘 썰엉으내(잘 썰어 가지고) 어름에 잘 포장 해줍서.(해주세요) 서울로 이제 바로 공수허영 갈 거우다.' (공수하여 갈 것입니다.)
아주망 왈 '몇이서 먹을 꺼우꽝? '(것입니까?)
'서울에 친척들 있수광?'
' 아니 우다 우리 직원들 먹을 거 마씸. '
'얼마 전 제주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서울 오민(오면) 이녘네 집이 오랭 허는디(자기네 짐에 오라고 하는데) 그냥 갈수 있수강?'(있습니까?)
' 이거라도 상 가삽주.'(이것이라도 사고 가야지요.)
파딱 파딱 튀는 그 생선님은 주인아줌마의 시퍼런 칼날에 그만 고 하고 순식간에 속살이 드러나면서 접시에 나풀나풀 늘어놓고는 하얀 스츠롭프 관에 초장과 고추냉이(일본어로 와사비)로 움직이지 못하게 놓고 변할까봐 어름까지 놓고 테이프와 끈으로 철복을 하였다.
그 생선 관을 받자 말자 오토바이는 공항으로 논스톱으로 달렸다.
' 오토바이야 잘 있어. 내일 저녁 아니면 모래 아침 올께.' 하며 내 사랑하는 나의 발인 오토바이에게 무언의 작별을 하고 공항대합실에 도착하니 항공사에는 방송대 동기인 김 대리가 보였다.
' 야 김대리. 간만에 한양 가는데 좀 앞쪽 VIP좌석으로 잡아봐!'
' 아니 소장님 지금 몇 시입니까? '
'이제 칠분밖에 안 남았는데 좌석이 어디 있어요.'
' 미리 좌석 잡아 놓으라고 하시지.'
' 맨 뒤 좌석 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하며 김대리는 나에게 죄지은 듯 얼굴이 빨개졌다.
나 자신이 부탁한 것인데 미안한 감을 느껴다.
서로가 한지붕 안에 사는 내부 고객에게 기쁨을 못 줘서 그런 것이다.
'요즘 비행기는 아무나 타나. 돈이 있어도 좌석이 안 되서 못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혼자 중얼거리며 비행기에 마지막으로 올라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속은 빈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에 비행기 맨 꼬리좌석에 앉아보기는 처음인 것이다.
어쩌거나 여덟시 이십분 비행기를 땀나게 올라 탈 수가 있었던 것이 하느님께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항공기는 시간이 되니 힘찬 굉음과 함께 하늘을 향해 오르고 야경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불빛이 마치 보석을 여기 저기 깔아 놓은 듯 오색영롱한 검은 밤빛은 나의 마음을 황홀한 지경에 몰아 놓고 말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아리따운 수석승무원의 안전 방송과 그리고 조금 지나 따스한 차 한 잔, 또 달콤한 사탕 몇 개를 집어 주는 그 승무원양이 상냥함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촌놈이 간만에 탄 비행기를 더 타고 싶어도 시간은 허락하지 않고 약 오십분 만에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하니, 저 안내양을 언제 또 만날까 생각하니 내리기가 싫어졌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가 없는 아쉬움만 남았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잃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 우리 직원은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원 합니다.' 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항공기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은 발 빠른 걸음으로 트랩을 내리기 시작 하였다.
내리자마자 서울의 김포 비행장은 많은 비행기 소음과 탁한 공기가 제주의 맑은 하늘과 땅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바보스러울 만큼 오염 속에 들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자연은 우리 인간이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걸......,
대합실을 빠저 나오자 '이봐 유소장! 오랜만임세.'
'어 이소장님, 박소장님, 아 인계장님도.'
'어떻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도 안가시고…….'
'이봐요 유소장이 제주에서 온다는데 그냥 집에 갈 수가 있나! '
'어서 가서 소주나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나.' 하며 까치산 쪽 장어구이식당으로 택시를 잡아타는 것 이였다.
그것도 값비싸다는 콜택시로. 보통 택시는 서민들이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이 밤이 새도 안 될 것 같았다.
오천 원이 안 나왔는데 10,000원짜리 한 장 주면서 '됐어요. 미안해요.'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 이였다.
서울 양반들은 이렇게 후한 것인가? 나도 서울에 살면 저렇게 돈을 후하게 쓸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자문자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답이 안 나왔다. 장거리 손님은 괜찮지만
근거리는 그렇게 웃돈을 집어주지 않으면 운전사로부터 욕먹기 딱 알 맞는 다는 것 이였다.
과연 세상은 요지경인가?
이것이 진실 된 삶인가?
드디어 식당에 들어갔다.
'아저씨 장어 먹을 만치 잘 주시고 소주 세네병 주세요.'
'이 양반 제주에서 왔어요.'
나는 슬그머니 제주에서 공수한 하얀 관을 풀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무엇이요.'
서울 직원들은 무척 궁금한 눈빛으로 물어 보는 것 이였다.
'자 저 안주 나오기 전에 내가 금방 잡아온 魚體(어체)를 먹어봅시다.'
하고 풀어 헤쳐 놓았더니 모두가 입이 딱 벌어졌다.
아니 이 싱싱한 것 하면 벌 떼같이 숨 가쁘게 먹어도 또 먹어도 싫지 않은 것이 마치 생선시체 꼴을 못 본 맹수들 같이 보였다.
' 이봐요 주인장 당신도 한점 하여 보시구려.
그 옆에 보조 아주머니도 식당 심부름은 안하고 한점 하기가 바빴다.
조금 있으니까 회를 다 먹기도 전에 주인장은 자기 안주 못 팔아먹을 까봐 장어 불을 놓기 시작하였고 꿈틀거리는 장어는 화장대 석쇠에 올려져 꿈틀거리는 그 고통은 고문 중에 고문이며 한 시간 전 제주에서 생선님의 죽음은 행복 중에 행복이 아닐 수가 없었다.
꼭 같은 죽음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는 것을 느껴다.
저 생선과 장어의 삶을 전생에 어떻게 살았기에 죽음이 차이가 저렇게 다를까? 하고 생각 하는 나의 뇌리는 비틀거리며 불판 위에서 죽어 가는 장어고기 맛보다 말고 인간의 전생의 삶도 생각해보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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