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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기
이 아이는 무슨 가슴앓이를 한 것일까? 난 숨을 죽이며 딸아이의 비밀스런 일기장 을 훔쳐본다. '다 컸네. 이제는 내 품의 아이가 아닌걸. 어른 모양을 하고있네...' 동심을 안고 있는 소녀인줄만 알았던 막둥이. 자기 멋에 겨운 나이인 아이는 자꾸만 몸을 비틀며 꿈틀거린다. 어린아이에서 소녀로 그리고 숙녀로 애벌레가 거듭나 듯 한겹 두겹 허물을 벗는다. 엄마인 나는, 사회를 향해 스스로를 알리려 속도계를 주머니에 차고 달리며 무조건 방긋방긋 웃는 나이인줄 착각을 했나보다. 생일날마다 태어남에 감사하는 느낌의 글. 장난치 듯 어리광을 부리며 써내려간 하트모양 속의 글이 아니었다. 어릴적에 국교 1학년 입학식을 떠올린다. 선생님들은 열중 쉬엇, 차렷! 그리고 난후에도 줄과 열이 똑같이 맞추어지질 않았을 때 외쳤었다. '나란히 나란히 두손을 올려! 앞사람과의 간격을 잘 맞추세요! ' 꼬마인형을 닮은 아이들은 마냥 부모의 모습만을 찾으며 두런거리기만 한다. 동심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사회 질서에 불을 밝히는 첫 시작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자기색깔의 삶을 만들려 사색하는 나이, 23살 소녀가 되어 써내려간 '나만의 벗어나기' 글로 내 가슴을 콩닥거리며 숨어 본 글조각이다.
나만의 벗어나기
세상엔 경험하고 싶은 것들과 벗어나고 싶은 것들이 가득이다. 이 둘은 퍽이나 연관이 지어져있다는 것을 우리는 때론 간과하고 있는건 아닌지 싶다.
언젠가 떨쳐내지질 않던 가슴앓이 속에서 벗어나기만을 시도하던 어느날. 내 안의 고통이란 경험이 아직 나를 꿰뚫고 지나가지 못한것임을 알았다. 가슴앓이가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속에 자신을 던질 줄 알아야 온전하게 그 감정에 쑥 빠져들어가 볼 수 있으며, 그 다음 벗어나오는 용기도 그 안에서 깨닫는 것을 알아간다.
어떠한 감정이든 충분히 경험을했다면 이제 그곳에서 빠져나와 이세상에 있는 또다른 감정들을 경험한다. 힘든 시련이 찾아 올 때면 그때마다 나만의 벗어나기를 적용하는 것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미치앨봄의 은사 모리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벗어나기 이론에 대해 알고있는가. 루게릭병으로 하루하루 온몸의 제어력을 잃어가는 모리교수님은 삶과 죽음 그 좁은 여정에서도 온화한 미소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있다. 그는 숨을 들이쉬다가 가슴이 탁 막혀버리는 느낌을 맛볼 때, 다음 숨이 어디서 나올지 확신이없는 순간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 일단 이 두려움과 공포를 인식하고 난 후 '좋아. 그래 겁난다 겁나. 알았으니까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자. 빠져나가자구'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론은 당시 내가 필요로 하던 구절이였고, 용기가 없었던 날 미궁 속으로부터 꺼내주셨다. 그 후 내가 찾은 곳은 타우포 어느 경비행장. 2005년 4월'TAUPO'라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승리한 뉴질랜드의 어느 지방에서 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때론 날개를 품고있는 듯 해도 결코 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 낸 레포츠 스카이다이빙. 스카이다이빙은 아주 특별한 하강이라고 난 말하고싶다. 하강을 즐길수있는 기회는 결코 많지 않으니까... 어떠한 감정이든 충분히 경험을했다면 이제 그곳에서 빠져나와 이세상에 있는 또다른 감정들을 경험한다. 힘든 시련이 찾아 올 때면 그때마다 나만의 벗어나기를 적용하는 것이다, 경비행기를 타고 우리사는 세상보다 더 높이 날아올랐다. 내려다보는 세상은 점점 작아져만 갔다. 그러다 조용히 흐릿해지고는 맑고도 풍성한 구름만이 내눈에 가득차 올랐다. 모든 것이 백지처럼 비워졌을때 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몸을 던지며, 12000 트 상공에서 나의 즐거운 하강이 시작되었다. 내안에 벗어나기를 훌륭하게 해냈고, 난 또 다시 행복한 세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햇살은 늘 나를 비춰주지는 못하지만 난 세상에서 가장 밝은 빛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오늘도 난 빛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박찬 말을 건네본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낯선 정오, 수업을 듣다가 지루함에 미간을 찌푸리는데 어는 새 찾아온 모리교수님은 내 귓가에 힘있게 속삭인다. '벗어나라구.'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경험해 낸 '나만의 벗어나기'를 실행중인 글이었다. 비지성인인 모습으로 비밀스럽게 읽어내려간 아이의 글이 내 가슴 한 켠을 아리게한다. 그래,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좋다. 경험은 살아가는 삶의 지혜서에 목록을 하나 둘 늘려간다. 백지처럼 마음을 비우고 목청껏 노래도 부르며 고함을 치렴. 세상 빛을 좇아 풍성한 구름도 낚고, 맑은 물에서 노를 힘껏 저으렴. 아이의 눈빛은 꿈을 실은 종이비행기를 피고 접기를 반복한 후, 하늘을 향해 힘껏 날린다. 난 그냥 벗어나기를 시도한 가슴앓이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 아이에게 슬며시 묻는다. 빙그레 웃는 얼굴은 아직도 민들레 솜을 묻힌 소녀이다. 열심히 솜털을 옮기는 봄날인 삶이다. 아이는 다 컸다며 나까지 보호해주려고도 하며 강한 척은 해도 보송보송 여리기만하다. 애벌레 시절, 몸을 비틀어 허물을 6번 벗고 조금 자라면 또 허물벗기를 거듭하는 어둠속 반딧불을 떠올린다. 곤충중에 유일하게 빛을 낸다는 일명 개똥벌레이다. 내 아이가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숲속. 어둠 속에 빛을 내며 하늘땅에 반짝 반짝 수를 놓는 반딧불을 닮았으면 싶다. 맑은 물, 땅 그리고 하늘까지 넘나들며 빛을 내는 작은 생명인 반딧불처럼... '촉촉한 땅은 내가 너에게 주고 넌 나에게 맑은 눈빛을 주련..' 영상/ 작자미상 글/ 유민자 고한우- 너를 사랑하듯 비는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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