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지나가는 날들
방정민 2006. 01. 18. 오전 12:00
7781
방정민 2006. 01. 18. 오전 12:00
7781
지나가는 날들
날이 하나씩 나이를 먹는다
쌓이는 날들, 그 위로 낙엽이 가벼워지고
내 마음은 굵은 나이테 하나 더하지 못해
무표정한 한 해의 끝으로 깊어져간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하늘과 땅 사이, 빈 공간 속으로 떠나고 싶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으로 살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저 떠나고 싶다
얼마를 더 잃어버려야 날은
더 이상 내 속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헛된 나날들, 그 아래로 단풍이 무거워지고
가을이 한 올 한 올 옷을 벗기 시작하면
하이얀 세월만이 낮게 지나가고 있거늘
무엇을 보겠는가, 무엇을 느끼겠는가
화려함은 내 마음이 보고 싶은 순수함의 찌꺼기
모든 날들이 지나간, 그 다음 날
가만히 생각을 끊고 숨 쉬는 모든 것을 깨우면
처연한 공간에 웃음도 눈물도 떠나보낸
한 생명이 가쁜 숨을 버티고 서 있다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