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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사이
낮과 밤 사이
세상 구석구석을 소독해주던
뜨거운 한 낮의 햇살, 생명들이 목욕을 한다
가려웠던 지난날은 하얀 티끌이 되어 날아가고
순백한 천사가 내려와 낮을 밝게 채색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이
이렇듯 행운의 축복이라는 것을
볕 좋은 오후가 나에게 속삭이는데, 그런데
밝음의 시간은 너무나 짧아
벌써 퇴색되기 시작하는 늦가을 오후의 찬란함,
좀 파먹는 벌레인 양 아둑시니는 야금야금 햇살을 갉아먹고
온 세상을 환하게 물들인 천사는 어둠과 힘겨루기를 한다
힘 빠진 햇살, 그 화려함이 속살을 살짝 내보이는 시간
측은함보다 오히려 온화한 넉넉함이 느껴지는 건
햇살천사가 주는 또 다른 은혜인가
몰랐던 어둠에 대한 새로운 지각인가
아니면, 아물지 않은 상처를 지우지 못한 나의 마음 때문인가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가고 흘러간다, 그러면서 지쳐간다
그 지쳐가는 가운데 아픔이란 새로울 것 없는 이름이거늘,
어둠은 피로해진 햇살이 힘든 하루를 빚어내는 주름살 같은 것
얼마나 아파하며 무엇을 힘들어 하랴
밝음과 어둠이 서로의 이름을 바꿔가며 만들어내는 하루,
그 하루의 경계에 이 모두를 동요 없는 마음에 담고
나는 숨을 고르고, 고요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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