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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있는 집

방정민 2006. 01. 31.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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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꼭대기에 있는 집




바람도 추워지는 늦가을 어느 날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을 한 노승과 동자승이 오르고 있다

시간도 힘들어 땀을 흘리고

허기가 배고파 산허리 베어 먹을 때

동자승은 넌지시 노승에게 마음을 건넨다

스님, 어디까지 올라가시렵니까?

이 산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련다

이렇게 힘든데 왜 올라가시는 겁니까?

힘들다고 올라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올라가면 무엇이 있는데요?

집이 있단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단다

에이 거짓말, 이렇게 높은 산꼭대기에 집이 어떻게 있어요?

거짓말이라는 말에 노승은 주름진 얼굴에 웃음 하나 지어 보인다

둘은 한참동안 말이 없다, 그 사이

바람은 늙어 훈훈해지고 동자승의 키는 구름을 삼켜버렸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이 한 해가 가기 전 올라야 한다던 산은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가 않고

언제쯤 쉴 수 있으려나 마음 달래보지만

쉬지 않고 오르는 이 산행 길의 힘듦이

존재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내고

삶의 눈물어린 때를 살뜰히 씻어준다

가슴으로 세월을 녹인 노승은 계속 산을 오르고

시간은 언제나 늦가을의 자락에 매달려 아롱대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동자승은 이제 그만 내려오라며 노승에게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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