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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짜다

방정민 2006. 02. 11. 오전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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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가 짜다



핏빛으로 물든 달빛 포근한 밤,

하루살이 사내가 놀이터를 돌리고 있다

힘겹게 돌리는 손에는 소주 한 병이 들려있다

삐걱삐걱 놀이터 소리 날 때마다 먹여주는.

돌아가는 놀이터 안으로 탑승하지 못하는 사내는

닳아빠진 짧은 손으로 언제나 놀이터 밖에서 놀이터를 돌리기만 한다

짠 소주를 들이키며.

소주가 짜다

키 작은 사내의 눈물이 들어간 소주가 짜다

진종일 짊어낸 힘 부친 하루에 등짝은 갈라지고

갈라진 틈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인생은

똑바로 걷는 게 마냥 비칠거리며 걷는데

한참을 걷다가 돌아보면 어쩔 수 없이 흘리게 되는 눈물,

그 눈물로 빚어낸 소주 한 잔이 사내에겐 짜기만 하다

바뀌지 않는 내일은 사내에게 절뚝거리는 오늘만을 살게 하고

오늘 끝에 선 사내는 놀이터 한 가운데 저를 놓아보지만

무섭게 도는 놀이터의 속도에 사내는 이내 튕기고 만다

결국 오늘만 살게 된 하루살이 사내는

하루의 끝, 밤늦게까지 아등바등 매달려

쉴 틈 없이 놀이터를 피로 물들이며 돌리고 있다

사내의 힘겨운 하루를 달래주듯

붉게 보풀어진 달이 소주를 쭉 들이킨다

달이 얼굴을 찡그린다

소주가 왜 이리 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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