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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방정민 2006. 02. 20. 오후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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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집



하나 둘씩 떠나고 텅 비어 버린 집

햇살도 비켜가는 듯 어둠의 먼지가 깊게 쌓이고

체념을 적당히 배워버린 빈 집은 제 스스로 늙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빈 집엔 물과 햇빛이 놀러왔고, 그러자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가던 볼품없는 빈 집에

토끼가 들어오고 호랑이가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왔다

반가움도 잠시, 자신들을 채워야 했던 그들은

빈 집을 피로 물들였고

놀란 햇빛과 물은 다시 집을 떠나 버렸다

생명을 잃어버린 곳, 집은 스스로를 비우기 시작했고

다시는 채우지 않기로 했다


세월도 돌아가고 시간도 찾아오지 않는 집

어둠의 귀신을 몰아내고 기다림을 지워버리자

그 옛날로 젊어진 집은 이제 홀로 외로움을 즐겼다

그러나 외로움의 시간은 집을 병들게 하고

구석구석 허물어진 형체는 집의 아픔을 말해주는데,

아픔의 눈물은 흘러 씨가 되고, 싹이 나서 풀이 돋았다

풀 속으로 나무가 들어오고 나무 속으로 산이 들어왔다

산은 나무를 키워 주었고 나무는 풀을 보호해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탐하지 않자 모든 자리는 마침맞게 흘렀고

집은 새로운 생명의 활력소가 되었다


빈 집엔 식물로 가득 찼고

식물로 가득찬 집은 여전히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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