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빈집
방정민 2006. 02. 20. 오후 02:03
5596
방정민 2006. 02. 20. 오후 02:03
5596
빈 집
하나 둘씩 떠나고 텅 비어 버린 집
햇살도 비켜가는 듯 어둠의 먼지가 깊게 쌓이고
체념을 적당히 배워버린 빈 집은 제 스스로 늙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빈 집엔 물과 햇빛이 놀러왔고, 그러자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가던 볼품없는 빈 집에
토끼가 들어오고 호랑이가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왔다
반가움도 잠시, 자신들을 채워야 했던 그들은
빈 집을 피로 물들였고
놀란 햇빛과 물은 다시 집을 떠나 버렸다
생명을 잃어버린 곳, 집은 스스로를 비우기 시작했고
다시는 채우지 않기로 했다
세월도 돌아가고 시간도 찾아오지 않는 집
어둠의 귀신을 몰아내고 기다림을 지워버리자
그 옛날로 젊어진 집은 이제 홀로 외로움을 즐겼다
그러나 외로움의 시간은 집을 병들게 하고
구석구석 허물어진 형체는 집의 아픔을 말해주는데,
아픔의 눈물은 흘러 씨가 되고, 싹이 나서 풀이 돋았다
풀 속으로 나무가 들어오고 나무 속으로 산이 들어왔다
산은 나무를 키워 주었고 나무는 풀을 보호해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탐하지 않자 모든 자리는 마침맞게 흘렀고
집은 새로운 생명의 활력소가 되었다
빈 집엔 식물로 가득 찼고
식물로 가득찬 집은 여전히 비어있다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