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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묻다
박종영 2006. 04. 18. 오후 03:50
5729
박종영 2006. 04. 18. 오후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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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묻다
수없이 많은 길을 걸어와
오늘 잠깐 사방을 둘러보고 생각에 잠긴다
한사코 가기를 원하는 회색빛의 바람 속을 달려와
겨우 붙잡아 둔 하늘과,
곱게 달려드는 싱그러운 바람이
곁눈질하는 나를 질책이다
걸어온 길이 후회 없도록 마련한 환한 신작로를
헛되게 걷지 말라는 당부를 저버리고
자분하게 걷는 모습도 잊은 채
여기 한적한 은빛 추억의 길로 돌아와 마주한
나무의 그림자와, 고향길 찬찬히 걸어서 오는
갑사댕기 팔랑 이는 그녀의 숨결을 맡아보면서
오래 머물도록 챙기는 푸른 소나무의 빛이 싱싱하다
오늘도 길 위에서 길의 물음을 듣는다
내 발걸음이 지나면서 길이 전하는 소리를 듣는다
밟고선 자리마다 얼마나 많은 힘을 주면서 걸어왔는지
아니면 봄이 시작되기 전
그 붉은 꽃잎이 피어날 때 얼마나 꼭꼭 밟아주며
따뜻함의 헌신을 다독였는지,
새로운 맘으로 우뚝 서서 서툰 세상을 비춰주는
길 위의 거울이 되기 위하여
나 스스로 길의 바닥에 귀를 대고
승리의 길을 묻는다
글/박종영 * 영상/수메루 사진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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