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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쇼- 비상 ( 飛翔) 』

유민자 2006. 11. 20. 오전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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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   飛翔 』   

          

 

   패션쇼는 백조를 닮는다.   강가에 유유히 흐르는 백조의 모습은 평화스러워 주변을 환히 밝힌다. 내 마음이 호수가 되어 백조를 따르는 흰 그림자와 함께 물위로 잔잔히 흘러내린다.

  물 밖의 백조의 자태는 참으로 우아하다. 하지만 물밑의 백조의 물갈퀴는 얼마나 동동거리며 발놀림을 급히 하는지 아는가?  둘의 모습은 딺음꼴이다. 의상 쇼는 무대에서의 화려함이 있는 반면에 뒷 무대에서의 동동거리는 들썩임이 더 크게 자리한다.

  구두는 바꾸어 신어 전체적인 조화를 흐리게 하고, 의상의 멋을 살려내는 장신구는 하지도 않은 채 급히 뛰쳐나가기도 한다. 서로의 배려에 의지 한 채 질러대는 소리. 빨리 빨리!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우리는, 감흥소리 한 마디에 쉬이 울고 웃는 저능아였다.

  

  기억 속에 고요히 있던 젊음이 불쑥 튀어 나와 메아리친다. 내 온몸이 빙그르르 돈다. 무리를 이룬 한 팀이 발끝을 돌리며 춤을 추는 것인지, 무대가 움직이는 것인지 분별이 없다. 꿈꾸는 환상일까? 그리운 환영일까? 내가 서있는 자리에 무지갯빛이 감돌고 미묘한 선율 속에 둥둥 떠 있다.

  가을 날의 외출인 패션쇼. 고혹적인 연분홍 드레스를 입은 나는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한 채 무대의 끝을 나비걸음으로 사뿐거렸다.

  연회의상을 걸친 무대 모습들. 기억창고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고 추억하는 젊음의 일순위. 대학 졸업 의상발표회『비상(飛翔)』을  떠올린다. 패션 길의 시작을 알린 발표회는 아름다운 밀회로 향기를 풍긴다. 그것은 젊음에 매달려 마음껏 숨을 내쉰다. 


  내 꿈을 되새김한다. 겨울옷을 정리하다가 내 앞에 놓인 긴 드레스를 펼친다. 잘록한 옷의 허리부분을 곱게 매만진다. 25년 전에 내가 직접 만든 의류 소장품이다. 드레스 중앙에 손수를 놓은 장미꽃과 꽃잎이 원형 그대로 색실의 조화로움이 살아나, 생명을 지닌 꽃이 되어 나를 보고 옛 향기를 맡으라고 눈짓한다.

  벅찬 희망이 살아있고 도발적인 기회의 장이던 첫 발표회인 졸업 패션쇼. 그것은 준비하는 설렘이 있고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겨져 있던 희망의 총아였다. 그것은 서로 다른 시각인 새로운 느낌을 위해 창의성을 지닌 디자인을 하고, 원단은 색감을 조합하여 선의 아름다움이 실루엣을 지닌 의상으로서 멋스럽게 재탄생 시킨다.

  아직 학생신분인 우린 한국의 단청을 모방하여 화려한 색채와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사군자, 색동, 천연염색, 조각보 기법 등을 응용한다. 전통의상의 고전미, 동적인 곡선이 나타내는 아름다움을, 손 자수, 기계자수 등을 섬세하게 나타내어, 현대적 감각을 멋스럽게 풀어내며 한국의 옛 가옥을 탐하듯  은은한 향수를 옷으로 떠올리게도 한다.

  밤샘작업을 하며 내가 만든 작품은 기하학적인 무늬를 이용하여, 한 벌의 의상 안에 피카소의 그림을 연상하게 만들어 주는  파티의상 하나, 꽃수를 놓아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한 분홍드레스 하나로 창의력에 날개를 달았다. 그리고 가슴부분에 씨실과 날실을 교합한 듯, 바이어스 처리로 밤색과 베이지 빛 원단을 평상 원피스 하나, 모두 세 벌의 의상을 입고 무대를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나는 사진첩을 꺼내어 황당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눈길을 준다. 한 사내가 미이라를 감싼 듯 온 몸에 휴지가 뒤덮여 있다. 발표회를 마친 후, 높은 빌딩 라운지에서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은 우리들. 스승과 제자의 모임인 뒤풀이를 생각하며 비식거린다. 은은한 현악 사중주 음률에 몸을 실어 총장과 춤을 추는 연회 도중, 작은 선물을 드리겠다고 그에게 청을 한다.

 “교수님, 눈 감으실래요? 기발한 선물 받으실래요?”

  누에가 실을 뽑는 동작을 흉내를 내며 교수님의 머리를 꼭짓점으로 서서히 돌린다. 그의 온 몸을 하늘빛 두루마리 휴지로 휘감고, 옆의 다른 학우는 분홍과 노란빛 두루마리 휴지를 곁들이며 또 다시 색감을 넣으며 휘돌린다.

  엉뚱한 발상의 휴지 옷을 입힌 우리들. “우- 우- 우- 훗훗” 휘파람소리, 탁자로 박자를 맞추는 손장난 소리, 꽥꽥거리는 고함을 뒤섞은 웃음소리…….’ 참석자들의 환호하는 소리모음들이 일시에 폭발음을 이루어냈다.

  뒤풀이 연회는 배꼽의 행방을 묻던 젊음의 별자리이다. 장난기 섞인 소재인 휴지다발은 원재료가 나무인 자연을 상징한 발상이다. 숲 속 자연 옷을 그의 온몸에 칭칭 감으며 증정한 것이다.


  혹, 휴지의상이 자연 친화적인 옷의 시작점은 아닐까?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이 사랑스런 날인 첫 발표회. 내가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마음이 있고, 보상심리 없이 뛰는 열정으로 젊음이 있던 자리이다. 오늘은 봄을 닮은 연분홍빛 드레스가  젊은 징표의 흔적인 듯 세월시계를 불러 앞세운다. 나는 커다란 화장거울 앞에서 지난 시간에 향수를 뿌린 드레스를 입고 내 모습을 읽는다.

  ‘아, 아직 몸에 맞는걸’‘아직, 나도 그리고 옷도 쓸만한걸...’
  중얼중얼 입속말로 나를 어른다.
  갑자기 옛 꿈에 취한 내 모습.
 
꿈을 꾸는 비상(飛翔)이 아닌, 일상탈출을 위한 비상(非常)이 아닌가…….
  오늘은 그때 그날의 시간 속을 거슬러 ‘하루치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아, 기억속의 그 날로 거슬러 올라간  무의식 세계 여행이었을까?’ 
글/ 유민자드림

         

 All My Love Song by Cliff Richard

글/ 유민자 ,《한국수필》2006년 9월ㆍ10월호 <사색의 뜰〉에 실려있는 수필 

댓글 1개

poapul 2006. 11. 20. 오전 10:11

그렇지요. 물위의 백조는 여유와 우아함으로 다가오지만 물속에서는 쉴새없이 노를 젓고 있지요. 패션쇼도 마찬가지군요. 예술이든 문학이든 뜨거운 노력을 바쳐야 그만큼의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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