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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숫자의 무게
까만 숫자의 무게
십일월이 얼마 안 남았다
벽의 기운으로 기댄 달력이
가벼운 웃음으로 손 저으며 외롭다
봄으로 든든하게 시작하여
엊그제까지 가슴 저리며 머물던
까만 숫자의 무게가
하나 둘 사라지고 빈칸을 지키는
남은 십이월의 숫자들이 흔들리며 설움이다
초승달이 기울 때마다 빛바랜
얼굴을 뜯겨가며
가냘픈 추억을 힘들게 붙들고 남아 주었다는 것,
삶의 뒤안에서 바라보는 세월의 인내가
우리, 즐거운 날을 기억하게
펄럭이는 달력,
그것은 그리움의 시간이다
다만 남은 혼자의 겨울이
얼마나 기쁜 축복의 봄을 데리고 올지
궁금하다
글/박종영
댓글 5개
어제는 해마다 이 맘때면 예쁜 달력을 선물하는 후배로부터 새 달력을 받았습니다. 작년 이맘때 했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어제 한 말인듯 또렷한 기억인데 야윈 아쉬움으로 남았네요. 선생님의 글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들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더 큰 축복으로 다가올것을 기대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초라해 보이는 시기입니다. 좋은 마무리를 해야할텐데 하는 마음이 앞서는 군요. 박종영님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 길을 걷고 있는데 유난히 바람부는 쪽의 은행잎들이 마치 소나기라도 오는 듯 마구 흩날렸습니다. 그 은행잎들은 거름도 되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빗자루질에 쓸려 담겨지겠지요. 지나온 열 한달 간의 까만 숫자들도 떨어지는 은행잎 같아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새 날이 오고 새 잎이 돋지요. 그렇게 가고 오는 것이 순리겠지요.
섬의 특성상 낙엽이 일찍 떨어지는 남이섬에.. 도심에서 구르는 은행잎을 보내 가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이 있어요. 이송 비용이 낙엽 소각비용보다 저렴해서 더 좋구요. 섬에선 단풍이 들면 단풍잎이 모두 한자리에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 폭신폭신한 길을 만들고 육지에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면서 가을 정취를 흠뻑 더해 주지요. 마지막 한페이지의 달력을 보며~~ 세월은... 자기자신 나이만큼의 속도로 브레이크 고장인 채로 씽씽 달린다지요. [마지막 잎새]의 장면처럼 12월을 잘 코팅해서 나무위에 단단히 매달아 두고 싶다는 짧은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답니다. 회원님~ 모두 건강 하세요^^*
머물러 함께한 시간, 격려말씀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씨에 더욱 건승을 빕니다 12월의 첫날입니다. 좋은 마루리를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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