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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의 꽃- 2007 』

유민자 2007. 03. 09. 오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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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의 꽃


                            
                                                                                                                                                                             

  꽃이 유혹한다. 꽃이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동그라미를 온 몸으로 그린 꽃송이 앞을 서성인다. 작은 꽃들이 한 송이로 뭉쳐 모여 ‘나를 보아 달라, 꽃향기를 맡으라.’사람들의 시선을 훔친다. 흰빛덩이인 꽃송이는 양수속의 태아를 보호 하 듯, 원 주위를 끼고 돌며 먼저 핀 꽃이 새롭게 피어나는 어린 꽃들을 감싸고 있다. 한 덩이의 원형을 이루어낸 모습이‘우리는 하나’라며 속삭거린다.


 
  꽃
말과 색상이 다양한 수국(水菊)이다. 수국이 처음에는 흰색이나 미색 조금 지나면 하늘색, 연 보라색 완전히 피어나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꽃은 어느 날 슬며시 마음을 바꾸어 옷을 갈아입은 모습으로 우리를 향해 맞선을 보인다. 수국의 흰 색은 절개 없는 여인과 같다하여 변하기 쉬운 마음이고 하늘색은 냉담이고 분홍색은 소녀의 꿈이다.  
 '꽃의 변화가 삶의 모습을 닮은 것은 아닐까?  
 수국은 인간에게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며, ‘나를 닮으라, 꿈을 꾸라’눈인사를 재촉한다. 내게로 꽃의 마음이 사르르 전염된다. 나도 가슴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그 안에 향기를 채우고 인생길을 나선다. 세상에 사랑바람을 일으켜 행복을 몰고 다니는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향기가 나를 불러 세운다. 풀냄새 풍기는 한 사람이 슬며시 내 손을 잡는다. 그녀 곁을 서성이면 등 뒤로 사랑그림자가 만들어지고, 솔 향이 코끝으로 느껴진다. 

  그녀는 자격증이 넘쳐흐르는 현대에 지혜로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증서 한 장을 지닌다. 어느 날 갑자기 마주친 모습은 『숲 해설가』로 변화를 이루어내어, 생소한 문구를 줄줄 외우다가, ‘아, 또 까먹었네.’를 반복하며 내 앞에서 웃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방랑을 하는 사람. 작은 체구인 한 사람이 발걸음을 종종거리며 세상과 진한 사랑을 한다.


 “사람은 숲을 가꾸고, 숲은 사람을 가꾼다.”

  “숲은 공기정화기이다” 
  한 장의 종이에 빽빽이 써내려간 문구가 ‘외워서 가르쳐 주어야지’ 하는 숨은 의지로 숲 생태를 알리는 해설가의 꽃봉오리를 활짝 피운다. 『숲 해설가』는 65세 이상 몸과 영혼이 맑은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다. 한국노인인력지원협회에서 한 달에  사례금을 주어가며, 숲과 환경 생태 생명에 대해  초등학교  중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숲 해설가』는 그들을 산으로 인솔하여  자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끄는 스승이다.
 
 까만 밤, 쓸쓸했던 숲이 그녀의 목소리로 하얗게 눈을 뜨고 하루를 맞이한다.

  어제의 꽃은 오늘의 티끌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만들어 가는 작은 세상은 미지로 향하는 변화의 발걸음이다. 울울(鬱鬱)창창(蒼蒼)한 숲길에 외로움이 깃든 고요가 생태박사의 가르침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깨어난다. 
  “지금 지나치는 나무 이름은 생강나무여서 잎 새에서 생강냄새가 납니다. 개옻나무는 면역성이 있지만 피부에 옻이 오르니 만지지 말아요. 자귀나무는 금슬이 좋은 나무입니다. 깜깜한 밤에 잎을 서로 마주 합쳐서 자거든요.”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아이들을 지나 나무사이를 훨훨 날아 자유로이 넘실거린다. 숲을 걷는 모두의 얼굴색이 밝고 환하다. 참나무 그늘숲 밑에서 때를 기다리던 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가 더 높이 솟아오르면 숲의 주인이 바뀌고,
100년~200년에 걸친 긴 여정이 끝나는 것이 극치림이다.


 
  오랜 거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낮은 풀들이 굵은 나뭇가지에 붙어 다정히 햇살을 나누며 함께 생명을 키운다. 세월 속에 살아낸 다양한 체험은 지혜의 빛을 밝힌다. 그녀는 가끔 공생이 아닌 기생 자리를 마련하여 편한 쉼터를 나에게 만들어 주곤 한다. 나도 정겹게 오랫동안 기생(寄生)하고 싶다. 그녀와 함께 숲길에 따라나서 키 작은 잡초들 옆에 앉아, 긴장된 스스로의 모습을 해방시키고 싶어진다.
 
  자그마한 체구인 그녀의 나이는 일흔네 살 할머니이다. 사랑 샘이 넓고 깊은 사람 곁을 서성이며, 마음고향으로 성큼 들어선다. 그녀의 사랑은 어머니에 대한‘그리움의 정서’를 잊게 한다. 돌아가신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선 존경스런 어른이다.

  사람에게 건네는 배려가 낮은 자세로 임하는 그녀에게서 사람향기를 맡는다. 경험의 손길하나 또 하나는 오랜 세월의 무게가 실려 따뜻한 신뢰를 안고 있다. 그녀는 과학적인 공부보다는 체험에 의해 짐작하고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유식한 글보다는 생활 속에 천기가 살아있어 나이든 경험이 내려온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는 바람 불 것은 먼저 알아 지지 배배 거리고, 창공을 나르던 제비도 비가 올 것을 예시하고 하루 전에 미리 낮은 자세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력이 체험의 신(神)이라고 스스로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며, 지적인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나는 그녀의 손길이 감미로워 무심히 정(情)을 잡는다.

  태풍소식이 그녀의 느낌 따라 들려온다. 큰 나무 그늘 밑에 비를 반기며 습지를 좋아하는 수국을 유심히 바라본다. 수국을 꺾어 집에 꽂으면 악귀를 쫓기도 했다는데, 내 마음속의 잡귀도 몽땅 몰아주었으면 싶다. 수국은 변화를 거듭하며 다시 태어나는 꽃. 칠면조처럼 변하는 꽃인 일명 칠 변화라고도 하는 수국(水菊). 
  수국은 왜 이렇게 많은 변화를 이루며 일생을 살아갈까? 

  그녀는 추억의 시간을 송이 송이에 메달은 화합의 꽃송이를 닮아있다. 그녀는 74살에도 마음 창을 활짝 열고『숲 해설가』로 다시태어나, 알록달록 자신의 색채를 입는 변화의 꽃이다. 변화의 꽃은 희망을 키우는 무지개가 되어 주기도 하고, 환상적인 꿈길을 거닐게도 한다.

 
  

  온 몸이 근질거린다. 변화를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살이 떨린다. 
 노을 지는 나이가 보여 울컥하는 빈 마음들이 그녀를 마주하며 용기를 받는다. 나는 발 빠르게 변화 되어가는 오늘의 물결에 가끔은 한 박자 늦게  세상 배에 옮겨 탄다. 한해 두해 먹는 나이는 어두운 터널에 널린 복잡한 마음을 휭! 던져버린다. 
  ‘변화는 고인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새로운 바람이 아닐까......’ 
  오늘도 삼림욕도 하며 숲의 의미를 가르칠 그녀를 떠올린다. 영롱한 햇살이 내 뜰을 비춘다. 비둘기 한 마리가 땅 숲에 내려앉아 길안내를 하는 듯 생명의 숲 냄새를 맡는다.
  비둘기 따라 산길을 오르는 그녀의 발소리가 내 귀로 윙윙거린다.


글 그리고 영상 / 유민자드림  
<한국수필 2007년 3월호에 실린 글>  

댓글 4개

포아풀 2007. 03. 09. 오후 01:20

숲 해설가와 함께 한 하루를 오롯이 고운 글에 담아 사람냄새, 풀냄새를 전해주신 유민자 선생님. 저도 그 냄새를 맡으며 변화를 느끼듯 몸이 근질거리는걸요. 자연에게서 배우는 것,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 모두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야 보이는 것이겠지요. 나무 밑에 자잘하게 앉아 속삭이는 꽃과 풀들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나무들은 햇살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주려는 듯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고 아래 꽃들과 풀은 그것을 받아 고마움으로 환하게 웃어주지요. 숲과 꽃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아침부터 두통에 시달렸거든요.) 숲을 닮은 유민자 선생님의 넉넉한 마음.. 그 마음을 저도 슬며시 배워보고 싶은 하루입니다. 저도 변화의 꽃을 피워보고 싶음일지도.. 향기 나는 글, 고맙습니다.

유민자 2007. 03. 09. 오후 04:00

늘 글을 올리기 전에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다시금 생각합니다. 부족함으로 넘치는 나에 대한 격려가 먼저이고 저의 졸필을 읽고 \"포아폴님의 답글\"처럼 같은 마음을 기대합니다. 참으로 감사인사올립니다. 그리고 포아폴님 참 다행인걸요.. 두통이 나아서..숲의 영상덕분에 두통이 나아서....♩♬♪ 사실 저는, 눈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로 눈밝은 영상을 올리려 노력합니다. 현 시대는 서로서로 공생해야하지만, 가끔은 저는 이렇게, '삶의 생애중에 다양한 변화'를 이루어낸 분이신 옛 향취를 품은 할머니 곁에서... 나무밑의 잡풀마냥 기생하며 슬며시 웃곤합니다. ♩♬♪ ♩♬♪ 향기나는 마음에 은혜로움을 느낍니다.

은비녀 2007. 03. 12. 오후 12:21

영양의 조지훈 생가 마을에 산수유가 노오랗게 피어 꽃샘추위에 시달리고 있었답니다. 부지런하시고 아름답게 사시는 모습이 전해 오는듯한 글이네요. 옆자리 마련해 놨는데 왜 안 탔냐고 할 줄 알았는데 찾아봐도 안계셔서 서운했답니다. 다음달을 기약해 봅니다. 행복한 한 달 보내시고 뵈어요.^^*

유민자 2007. 03. 14. 오후 12:58

은비녀님, 정말로 곁에 앉아 눈인사 그리고 말인사 나누고 싶었었는데요. 그 날 새벽 4시경, 문학기행덕에 일찍 눈을 떴었지요. 바로 그때 갑자기! 수도 동파이프가 터지는 순간을 보며 거실바닥으로 들이 닥치는 물난리를 겪어냈었지요. 그리고아침 6시에 박은정간사님깨 불참의사를 말씀드렸지요. 갑작스런 홍수(?)사고를 겪어낸 날은 '평범한 진리 하나'를 또 주웠지요. 아픔은 동동거리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준다 진리를 새삼스러이 느꼈지요. 그리고 박간사님의 감사한 말씀대로... 제가 영양에 가기위해 시청앞으로 떠나기전에 들이닥친 물난리가 참으로 감사했지요... 은비녀님...뵙고 웃고싶은걸요. 산수유 꽃마음결 꼭 껴안고, 행복한 오늘을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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